《9월말 각국 지도자를 비롯해 전 세계 영향력 있는 인사 2만5000명의 사 무실로 흑백 화보집이 한 권씩 배달됐다. 화보집엔 빈곤에 허덕이는 비참한 어린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발신인은 적혀 있지 않았다. 추적 결과 화보집 제작자는 네덜란드 사진작가 샌데 비만(42)으로 밝혀졌다. 그는 “(익명을 고집한 것은) 내가 뉴스의 초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침묵 속에서 죽어가는 어린이와 여성들에게 주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13일 유엔아동기금이 발표한 연례보고서 ‘소시얼 모니터 2004’는 경제성장에도 불구,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거주 어린이의 약 3분의 1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는 성장해도 어린이 권익은…=‘소시얼 모니터 2004’의 분석 대상은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27개국.
보고서는 특히 폴란드 러시아 아르메니아 등 9개국 어린이 총 4400만명 가운데 약 1400만명을 ‘빈곤층’으로 분류했다. 다른 18개국은 자료 부족으로 총체적인 비교 분석이 어렵지만 더 많은 어린이들이 빈곤에 허덕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무엇보다 조사대상 국가 중 일부는 경제성장을 이뤘는데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의 권익은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예컨대 우즈베키스탄은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데도 초등교육을 받고 있는 어린이는 현재 70%도 되지 않는다는 것.
▽전쟁에까지 동원=어린이들은 세계 곳곳에서 빈곤과 노동 착취에 허덕이고 있다.
유엔아동기금에 따르면 ‘착취 노동’에 동원되고 있는 어린이(국제노동기구 기준 만 13세 미만)는 전 세계 약 2억4600만명. 이 중 75%는 지뢰, 독극물 등을 다루는 위험한 환경에서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전쟁 기아 질병으로 고아가 된 어린이들도 수천만명 이상이고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어린이만 1340만명에 육박한다.
아시아 및 동유럽 극빈층 소녀들은 아직도 ‘우편배달 신부’라는 이름으로 성 매매 대상이 되고 있다. 생계를 위해 성산업에 내몰린 소녀는 동남아시아에서만 1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을 비롯해 전 세계 30여개국에서는 이제 8세가 된 어린이까지 병사로 차출한다.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고 불구가 된 어린이는 현재 600여만명, 10년간 전사한 소년병은 20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최근 수단의 내전으로 20만명의 여성과 어린이들이 기아와 영양실조에 직면해 있다.
▼내전과 빈곤에 허덕이는 세계 어린이 현황▼
▽노동 착취=2억 4600만여명. 이중 75%는 지뢰, 독극물 등을 다루는 위험한 환경에서 노예 같은 생활.
▽보호자 잃은 어린이=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어린이 약 1340만명으로 추정.
▽성매매=아시아 동유럽 극빈층 소녀들, ‘우편배달 신부’라는 이름으로 성매매되고 있음. 생계수단으로 성매매에 나선 동남아 국가 어린이 약 10만명.
▽전쟁 동원=30여개국 분쟁에 약 20만명의 어린이들이 군대 차출. 이 중에는 8세짜리 소년도 있음. 부상으로 불구가 된 어린이 약 600만명.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