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자료사진
국립중앙박물관의 경복궁 시대가 17일 마감된다. 내년 10월 말로 예정된 서울 용산구 용산동 새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이전 작업 등을 위해 경복궁 박물관을 17일 폐관하는 것. 국립중앙박물관은 광복 직후인 1945년 12월 3일 ‘국립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경복궁에서 개관됐다.
이건무(李健茂·사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새 박물관은 지금까지의 고고학 중심에서 역사 중심 박물관으로 전시의 기본개념이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880여평 규모의 신설 역사관에는 한글, 고인쇄, 고지도 등 9개 주제의 상설전시실이 갖추어진다.
“한 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보여주려면 물질적 증거를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국립중앙박물관은 ‘내선일체(內鮮一體)’를 뒷받침하는 고고학적 유물 위주로 꾸려졌던 조선총독부 박물관과 고미술품을 주로 모은 황실박물관(이왕가박물관) 두 곳의 수장품들을 근거로 만들어지다 보니 역사유물이 많이 모자랍니다. 앞으로 역사유물 확보에 주력해 ‘역사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입니다.”
관람객들에 대한 평생교육 기능도 강화된다. 이를 위해 박물관측은 행정자치부에 현재 225명인 직원을 학예직 중심으로 103명 증원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의 휴관으로 다른 박물관의 관람수요까지 줄지 않도록 하는 보완조치로 ‘뮤지엄 쿠폰’을 7월부터 발매했다고 밝혔다.
“휴관기간에 국립민속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등의 입장권을 살 때 뮤지엄 쿠폰을 줍니다. 이 쿠폰을 용산 새 박물관에 제시하면 다섯 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요.”
이 관장은 1973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에 몸담아 박물관생활을 시작한 이래 경주, 광주박물관에 근무한 9년여를 제외하고는 20여년간 줄곧 경복궁을 지켜 왔다. 그는 “젊어서부터 자료 찾고 공부하던 경복궁을 떠나려니 정든 집 떠나는 것처럼 섭섭하다”면서도 “전시 면적이 3배나 넓어진 새 박물관의 규모만큼이나 미래에 대한 기대도 크다”고 말했다.
한편 박물관측은 17일 경복궁 박물관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폐관 기념행사 ‘안녕! 경복궁’을 개최한다. 오전 10시부터 ‘경복궁을 떠나며’ 등 소감을 남기는 행사와 전통의상 체험 등이 진행되며, 오후 6시 공식 폐관식이 거행된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