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가수 대 청취자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이 만난다는 심정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가수 설운도가 18일부터 SBS 라디오 러브FM(103.5MHz)의 신설 프로그램인 ‘설운도의 차차차’(매일 오전 11시5분)의 진행을 맡았다. 라디오 진행은 처음이다.
그는 처음에 섭외를 받고 몇 차례 고사했다.
“지방 공연 일정을 감안하면 낮 시간에 고정 프로그램을 맡을 수 없어요. 그러나 트로트 팬들에게 뭔가 보답해야 한다는 설득에 넘어갔습니다.”
그는 “그 때문에 (공연) 수입이 크게 줄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설운도의 차차차’는 운전사나 주부 등 중년층을 대상으로 한 트로트 프로그램. 그는 “1970, 80년대 분위기가 나도록 할 것”이라며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이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는 코너를 흥겨운 트로트에 실어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시간대에 편성된 KBS 해피FM(106.1MHz)의 ‘태진아 쇼쇼쇼’와 경쟁한다.
“태 선배에게 전화했죠. ‘선배와 같은 시간대라는 사실을 DJ를 맡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태 선배가 ‘트로트 프로그램이 늘어나 붐을 일으키면 좋겠다’고 말해 한시름 놓았습니다.”
‘설운도의 차차차’는 잔잔하고 따뜻한 콘셉트로 꾸며진다.
“서툴러도 대본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가 사는 것도 청취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마누라와 싸우고, 노래하면서 스트레스도 받고, 어떨 때는 외롭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툭 터놓고 진솔하게 나누려고 해요.”
그는 13일 오후 인터뷰가 끝난 뒤 케이블 청주방송의 트로트 가요순위 프로그램 ‘전국 톱10 가요쇼’에 출연하기 위해 서둘렀다. 한 달 전 발표한 신곡 ‘춘자야’가 1위 후보에 오른 것.
“요즘 노래들은 좋긴 한데 순간적 즐거움에 치중하는 것 같아요. 가슴에 와 닿는 느낌이 부족해요. ‘춘자야’에는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마음을 담으려 했습니다.”
인터뷰 도중 경상도 사투리가 섞여 나왔다. 방송에서는 약점이 되지 않을까.
“제가 서울말로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하면 얼마나 간지럽겠어요. 사투리를 안 쓰고 딱딱하게 진행하기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이어가려고 합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