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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의 수난?…국내 개신교 매체 “진리왜곡” 비판

입력 | 2004-10-14 19:21:00

1945년 이집트 북부 나그함마디에서 발굴된 초기 기독교시대의 영지주의 문서. 막달라 마리아를 영적 지도자로 표현한 글도 포함돼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예수 그리스도와 막달라 마리아의 결혼 등 기독교에 대한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미국 작가 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 소설 ‘다빈치 코드’에 대해 한국 기독교계에서 처음으로 비판이 제기됐다.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과 라은성 교수(45)는 최근 개신교 인터넷 매체인 ‘크리스천 투데이’에 ‘댄 브라운 다빈치 코드 비판’이라는 글을 3회 연재했다. 라 교수는 “다빈치 코드는 소설이라는 미명 아래 진리를 왜곡하고 허위를 전파했다”며 “개신교의 주요한 진리인 ‘오직 성경만으로(sola Scriptura)’를 파괴하려는 선정적인 글”이라고 비판했다.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와 은밀하게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다는 이 소설의 주장에 대해 라 교수는 “성경은 막달라 마리아가 주님의 부활을 처음 목격했고, 예수로부터 병을 치유 받은 뒤 그를 따르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 됐다고만 적고 있다”고 지적했다. 막달라 마리아가 초대교회의 탁월한 지도자였다는 소설 내용에 대해선 “예수의 인성(人性)을 부인하기 때문에 초기 기독교 시대에 이단으로 낙인찍힌 영지주의자(물질은 악하고 영적인 것만 선하다는 이원론적 세계관 소유)의 문서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고대 페르시아의 ‘미트라스’라는 신이 12월 25일에 태어나 죽어서 바위무덤에 묻혔다가 사흘 만에 부활했다는 ‘미트라스’ 신앙에서 기독교가 유래됐다는 소설 내용에 대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뒤 사흘 만에 부활한 것은 실제사건이며, 이런 내용은 ‘미트라스’ 신앙보다 더 오래된 구약성경에서 예언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라 교수는 끝으로 “다빈치 코드는 1986년 미국에서 나온 ‘성스러운 피, 성배’라는 책의 줄거리를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성스러운 피, 성배’의 저자 3명 중 마이클 바이젠트와 리처드 레이는 최근 이 책을 발행한 미국 출판사 더블데이의 모회사 랜덤하우스를 상대로 표절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이들은 “댄 브라운이 우리 작품을 통째로 표절했다”고 비난했다.

한국에서 6월 말 번역 출간된 이 책은 지금까지 약 40만부가 팔렸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