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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이철호]식품관리 소비자단체에 맡겨선 곤란

입력 | 2004-10-15 17:58:00

이철호


먹을거리의 대부분이 가공식품이고 외식이 잦아져 직접 조리해 먹는 경우가 점차 적어지는 오늘의 식사 행태에서 식품의 안전성 확보는 국방이나 외교안보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식품 안전관리 업무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맡아서 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식품위생법이다. 식품위생법은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식품제조 유통 판매 업소의 행동양식을 규정하고 이들을 관리 감독하고 제재하는 권한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식품위생법의 개정 논의가 최근 정치적 이해관계와 부처 이기주의 등으로 인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우리나라 식품 안전관리 체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안전관리의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규제개혁 과정에서 꼭 묶어놔야 할 안전장치가 대부분 풀렸고 지방분권화가 진행되면서 관리능력이 부족한 지자체가 식품위생 관리 감독과 행정처분권을 갖게 됐다. 이로 인해 각종 식품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데도 대책은 임시방편에 머물고 있다.

부처마다 난립한 식품안전 관련법을 통합 조정하기 위해 국무조정실이 마련한 식품안전기본법도 식품 안전관리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복지부가 내놓은 식품위생법 개정안은 공무원이 맡아야 할 임무를 지나치게 소비자단체에 떠넘기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아무리 공무원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어도 법적 책임이 없는 소비자 식품위생감시원에게 지도 점검 업무를 맡겨선 안 된다. 더욱이 소비자단체가 지정한 식품시민감시인으로 하여금 각 업소를 감시케 하는 것은 각종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국민을 불안케 한 일련의 먹을거리 파문을 감안해 원칙이 실종된 법 개정이 이뤄져선 안 될 것이다.

이철호 고려대 생명공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