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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 性접대’ 기승… 국내선 단속 심하니 해외로

입력 | 2004-10-15 18:16:00


《모 건설사에 근무하는 A씨(31) 등 8명은 지난주 금요일 일과를 마친 뒤 거래 업체의 주선으로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출발해 관광을 즐기고 일요일 오후 국내로 돌아왔다. 이들은 현지 여성 도우미의 안내를 받고 성매매가 포함된 각종 접대를 받는 등 관광을 하며 2박3일을 보냈다. A씨는 “해외 접대는 처음 받아봤는데 일단 단속 걱정도 없고 집에는 출장이라고 핑계를 댈 수 있어 여러 모로 편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23일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베이징 상하이(上海) 칭다오(靑島) 웨이하이(威海)등 중국이나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서 이뤄지는 기업의 ‘해외 원정 성접대’가 늘고 있다. 이 같은 매춘관광은 이전에도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으나 대부분 개인적인 관광이었다.

모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박모 실장(39)은 “국내에서는 골프 부킹도 어렵고, 특히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룸살롱 접대도 꺼림칙하기 때문에 최근 해외 접대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보다 접대비도 적게 들 뿐 아니라 2박3일의 긴 시간을 함께 지낼 수 있어 접대 효과도 훨씬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발맞춰 중국 등지의 현지 여행사들 역시 접대관광을 위한 각종 서비스를 마련하는 한편 매춘관광을 제안하는 e메일을 국내 기업체 등에 무차별적으로 보내고 있다.

이들은 항공편 예약이나 골프장 부킹은 물론 룸살롱 안내와 함께 접대비 영수증까지 도맡아 처리해 주는 ‘원스톱’ 서비스까지 제의하고 있다.

칭다오에서 수년째 현지가이드를 하고 있는 조선족 동포 최모씨(38)는 “10월은 성수기가 아닌데도 한국인 관광객들이 줄지 않고 있다”며 “요즘 호텔이나 골프장 부킹을 하려면 10일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각 기업체에서 주선하는 관광이 늘었다”며 “접대비 처리를 위한 영수증은 원하는 방식과 금액으로 다 맞춰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여행사들도 최근 ‘금요일 오후 8시반 출발, 월요일 오전 6시 귀국’이라는 필리핀 관광 상품을 내놓는 등 다양한 동남아 주말관광상품 개발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들은 공식적으로는 매춘관광에 대해 언급하지 않지만 현지 여행사들과의 협조 아래 은밀히 이를 주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 여행상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9월 말 이후 매춘관광이 가능한 지역에 대한 문의전화가 하루에 4, 5통씩 걸려온다”며 “앞으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에 대비해 관련 여행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성매매 외국서 해도 처벌▼

‘해외 원정 성매매’도 국내에서의 성매매와 똑같이 국내법에 의해 처벌된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성매매를 한 경우도 마찬가지로 국내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된다.

이는 우리 형법이 적용 범위와 관련해 속인주의(屬人主義·행위자의 국적을 기준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와 속지주의(屬地主義·해당 행위가 행해진 장소를 기준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를 모두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법 총칙 제3조는 ‘대한민국 영토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고 돼있다. 우리 국적을 가진 사람이 해외에 나가 국내법에 위반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성매매특별법은 형법의 특별법이므로 형법 총칙 규정이 준용된다. 이 조항을 근거로 대법원은 카지노가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 등지에서 도박을 즐긴 내국인에 대해 유죄판결(상습도박죄 적용)을 내려 왔다.

일본인 등 외국 관광객들이 국내에서 성매매를 한 경우도 마찬가지. 형법 총칙 제2조는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사당국이 해외 원정 성매매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