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다임러크라이슬러 300C 신차(新車)발표회는 몇 가지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행사는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주한 미국 대사관저 영빈관에서 진행됐습니다. 호텔에서의 ‘식상한’ 신차발표회 형식을 피해보자는 차원에서 기획됐습니다. 대사관측은 요즘 테러를 우려해 보안에 바짝 신경 쓰고 있지만 회사측의 대사관저 사용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이날 발표회에는 한국에서 일하는 미국 정부와 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300C 띄워주기에 나선 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 대사는 “차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300C는 정말 쿨(cool)한 차”라며 추켜세웠습니다. 칼마인 달로이지오 공사는 “미국의 특성을 담아낸 좋은 차”라고 하더군요.
축사를 한 미 상공회의소(AMCHAM) 윌리엄 오벌린 회장도 “300C는 세계적인 명차(名車)들과 경쟁할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첫 프리미엄 세단”이라며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거 뭐야, 고위 공직자들이 마치 영업맨들처럼 차 자랑을 하고 있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부러워지더군요. 한국에서 차를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해 저렇게까지 자국 기업을 도와주는구나 싶어서요.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에게 “우리도 해외에 나가면 공직자들이 저렇게 팍팍 밀어주나요”라고 물어봤습니다. 그들은 “그런 게 어디 있나요”라며 피식 웃더군요.
최근 한국 대기업의 총수들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 동행하는 과정에서 받은 ‘푸대접’이 화제가 됐습니다. 만찬장에서 정부 관계자가 기업인들에게 장황한 훈계조의 연설을 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기업이 중요하다”며 말로만 하는 지원은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진짜 한국경제의 성장을 원한다면 기업을 대하는 정부 및 정치권의 태도와 인식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수출 경쟁이 치열한 해외에서 우리 기업들도 오늘 같은 행사를 열 수 있을까…. 잔뜩 신이 난 다임러크라이슬러 사람들을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이정은 경제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