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판세는 여전히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1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48% 지지로 44%의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4%포인트 앞섰다. 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서도 지지율은 50 대 47로 ‘부시 우세’ 분위기가 묻어났다. 불과 2, 3일 전까지 감지되던 ‘케리의 역전극’ 기류와는 사뭇 다르다.
▽새로운 선거전략=3차례 TV 토론을 거치면서 두 정당이 들고 나온 전략이 얼마나 먹혀들지 미 언론은 주목하고 있다.
공화당은 케리 후보가 팽창 위주의 복지정책을 구상하는 진보인사라는 점을 부각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케리 후보는 변덕쟁이(flip-flopper)”라는 공세는 2선으로 물러났다.
한편 케리 후보는 16일 ‘징병제 부활 가능성’을 다시 거론했다. 수렁에 빠져드는 이라크 상황을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면 동맹국의 지원이 줄고, 징병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공화당은 “대국민 겁주기”라고 반발하지만, 민주당은 “불가피성을 거론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실업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중서부 지방의 경합 주(swing state)에서 ‘새로운 대통령의 새 출발’이란 구호로 바닥 표를 훑고 있다.
▽반(反)케리 TV 방송의 위력은=미국 전역 250개 지역방송사 연합으로 전체 시청자의 24%를 확보한 싱클레어 방송이 62개 지역방송사를 통해 곧 방송할 반케리 다큐멘터리의 파장도 주목거리다. 40분짜리 영상물은 ‘베트남전 영웅이라는 케리 후보가 귀국 후 의회 증언을 통해 미군의 잔혹성을 고발하는 바람에 미군포로의 수감생활이 연장됐다’는 내용.
한편 ‘부시 저격수’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화씨 9/11’을 대선 하루 전인 11월 1일에 방송하려던 계획은 케이블 방송사의 계약파기 통보로 무산됐다.
▽1%의 파괴력=세간의 관심에서 비켜나 있던 소비자운동가 출신인 무소속의 랠프 네이더 후보의 1.5%대 지지율도 선거결과를 뒤바꿀 수 있는 변수다. 2000년 대선에서 네이더 후보는 승패를 갈랐던 플로리다주에서 9만7000여표(1.6%)를 얻었고, 부시 후보는 앨 고어 민주당 후보에게 불과 537표를 앞섰다.
네이더 후보의 자유주의적 사고는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대졸학력의 고소득 백인표를 잠식한다는 것이 미 언론의 분석. 네이더 후보는 접전지역인 아이오와(4.0%) 및 미네소타주(2.7%)에서 무시하지 못할 지지율을 얻고 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