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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전망대]김상철/노후를 ‘설계’하자

입력 | 2004-10-18 17:35:00


인생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는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다.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너무 오래 사는 위험, 이른바 ‘장생(長生)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은 “사고나 질병으로 평균 수명보다 일찍 죽을 위험에 대비해 보험에 드는 것처럼 너무 오래 살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1세 이상 노인 가운데 3653명이 자살했다. 하루 평균 노인 10명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삶을 마감한 것.

지난해 말 현재 61세 이상 노인은 589만9000여명. 노인 자살자 비율은 10만명당 62명으로 전체 자살자 비율(10만명당 27명)의 2.3배에 이른다.

노인 자살자는 2000년 2329명, 2002년 3195명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장생의 리스크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2002년 사회통계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40.1%는 자녀나 친척의 도움으로, 38.6%는 일자리를 구해 노후에 대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리 준비한 재산이나 연금으로 여생을 보내는 노인은 10명 중 2명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 2001년 기준 평균 수명은 남자 72.8세, 여자 80세다. 수명이 10년 만에 10% 길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2020년경 평균 수명은 남자 80세, 여자 90세 안팎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고령사회에 걸맞은 복지정책이 없는 것이 노인 자살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 400만명에 육박하는 신용불량자, 경기침체로 계속되는 구조조정 등을 감안하면 자식에게만 노인 부양을 맡겨둘 수 없는 상황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노인복지 관련 예산을 전체 예산의 1.5∼2.0%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노인복지에 투입한 예산은 4800여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0.4%에 불과하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은 전체 예산의 15% 정도를 노인복지에 쓴다.

우리나라는 아직 노인복지를 주요 현안으로 보고 해법을 찾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것이 노후를 대비하는 정답이다’고 꼭 집어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자신이 처한 현재 상황과 앞으로 자신이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삶의 주인은 자신이다. 노후를 국가나 자식에게만 의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젊어서부터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노후 설계를 해 건강과 노후에 쓸 돈, 그리고 늙어서도 즐기며 할 수 있는 일 등을 준비해야 한다.

김상철 경제부 차장 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