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가 담긴 앰풀을 냉동 저장고에서 꺼내 관찰하고 있는 영국의 한 연구원.-동아일보 자료사진
세계 외교의 중심 무대인 유엔이 배아복제를 둘러싼 논쟁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유엔 191개 회원국은 21일부터 배아복제 금지협약 채택 여부를 논의한다. 지난해 한 표 차로 협약 채택에 실패했던 미국 등 배아복제 반대 국가들이 다시 논의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유엔이 배아복제 전면금지 협약을 채택하면 난치병 치료 수단이 될 수도 있는 줄기세포 연구는 걸림돌에 부닥치게 된다. 연구 허용을 주장하는 국가들은 협약 서명을 거부하면서 독자 연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전선 뚜렷=현재 유엔에는 배아복제를 금지하는 두 개의 협약 초안이 제출돼 있다. 코스타리카가 낸 초안은 모든 복제를 불허한다.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가톨릭 및 이슬람국가, 저개발국가 등 61개국이 지지하고 있다.
반면 벨기에가 제출한 초안은 치료 및 연구 목적의 복제만 허용하도록 했다. 한국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21개국이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인간복제에는 분명히 반대한다.
주요 국가의 줄기세포 연구소 현황(2002년 현재)국가연구소주수사용 가능등록미국UCSF―2주WARF1주5주Arcos/CyThera-9주Geron-7주BresaGen1주4주ES Cell International4주6주스웨덴괴테보리대3주19주카롤린스카 연구소-6주한국서울대1주1주포천중문의대―2주마리아불임연구소3주3주이스라엘테크니온대3주4주인도국립생물과학연구소-3주신뢰생명과학-7주 자료 : 사이언스
제한적 복제를 촉구하는 진영에는 연구원과 환자들의 모임인 ‘의료연구 진보연합’이 가세했다. 이 단체는 지난주 유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원국 대표들을 상대로 치료용 배아복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18일 “적지 않은 국가들이 치료용 복제를 허용하기로 자체 결정했기 때문에 유엔의 금지협약에 서명할 수 없다”는 영국 학술원의 주장을 보도했다.
▽현실 대 희망=브루노 스타그노 유엔 주재 코스타리카 대사는 “치료용 배아복제의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복제를 이용해 (치료에)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는 증거가 있으면 제시해 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줄기세포를 추출한 뒤 남은 배아를 폐기하면 생명을 해치는 것과 다름없으며 인간의 존엄성도 손상된다는 윤리, 도덕적 주장도 뒤따른다. 종교계는 제한적인 허용도 결국 인간복제로 이어진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교수는 “지금 여기서 (복제 연구를) 멈춘다면 과학과 의학에 말할 수 없는 후퇴가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한다. 복제연구는 각종 암, 당뇨병, 치매(알츠하이머), 척수손상 등 난치병을 앓는 수백만명에게 희망이자 약속이라는 것. ‘의료연구 진보연합’도 치료용 배아복제와 줄기세포 연구가 자유롭게 허용되면 각종 난치병에 대해 훨씬 효과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배아복제를 둘러싼 국가간 대립에는 윤리적인 이유 외에 국가이익도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미 연구가 상당히 진행돼 앞선 기술을 확보한 국가들은 찬성하고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국가들은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줄기세포와 배아복제:
줄기세포는 뼈, 뇌, 근육 등 모든 신체기관과 장기로 분화될 수 있는 만능세포.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를 이식하면 손상된 기관과 장기를 원래대로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아 줄기세포를 치료용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아복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