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팔 어린이 목숨의 가치는 이스라엘 어린이 30분의 1인가”

입력 | 2004-10-18 18:07:00


“욕설 조롱 등 언어폭력이나 밀치기 등의 가벼운 폭력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흉기로 가슴을 찌르고 팔과 갈비뼈를 부러뜨리며 채찍질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눈을 감고 있습니다.”

‘평화를 만드는 기독교인들’ 회원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에서 활동 중인 미국인 여성 킴 램버티.

그는 최근 알 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서구 언론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차별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29일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이스라엘 어린이 2명이 숨진 뒤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 주민들이 벌인 행위에 대해 서방 언론들이 철저히 외면하고 있기 때문.

램버티씨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은 요즘 마음 놓고 학교에도 못 간다. 부모나 국제평화운동단체 자원봉사자들이 보호하면 함께 공격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제평화운동가인 알리슨 위어는 미국 주요 신문들의 지난 1년간 1면 머리기사를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죽음에 명백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어린이들의 죽음에 대해선 여러 차례 다각도로 나눠 보도한 반면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죽음은 아예 취급조차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스라엘 어린이들의 죽음에 대한 보도가 팔레스타인 어린이보다 30배나 많은 신문도 있었다. 미국 언론뿐만이 아니다.

영국 글래스고대 미디어학부 그레그 필로 교수는 800명의 BBC 방송 시청자에 대한 설문조사와 BBC 방송의 최근 2년 동안 이-팔 분쟁 보도를 분석한 뒤 깜짝 놀랐다. 공정하다는 BBC의 보도가 이스라엘 쪽의 주장을 두 배 이상 많이 실었기 때문.

필로 교수는 “시청자들은 이스라엘군이 정착촌을 통제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주민들이 식수 등 주요 자원을 독점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면서 “이 때문에 가해자(이스라엘)와 피해자(팔레스타인)를 거꾸로 아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