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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진영]국감 도마오른 ‘공영방송 KBS’

입력 | 2004-10-18 18:21:00


어른보다 덩치가 훨씬 큰 타조의 공격성을 알아본다며 우리 안에서 방패로 맞선 방송 스태프. 타조의 앞발차기에 어쩔 줄 모르며 쫓겨 다닌다.(KBS 2TV 오락 프로그램 ‘스펀지’)

링 위에 오른 임신부 격투기 선수. 상대의 공격을 받고 고통스러운 듯 배를 움켜잡고 바닥에 나뒹군다.(위성방송 ‘KBS SKY’의 이종격투기 프로그램)

공영방송 KBS가 최근 지상파와 위성방송 채널에서 내보냈다가 물의를 일으킨 프로그램들이다.

18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선 KBS 오락물의 선정성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KBS에 비교적 우호적 시각을 보여 왔던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비판에 앞장섰다.

노웅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KBS 2TV의 오락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떡을 먹다 질식해 숨진 사건은 예고된 재앙이었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시민단체인 ‘문화연대’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방송 3사의 오락물 중 10분당 선정적 장면의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채널이 KBS2로 1.18회였다고 지적했다. 최근 사업 재허가와 관련해 방송위원회로부터 공영성이 떨어진다고 지적받은 SBS는 0.81회였고, MBC는 0.4회였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올봄 방송 3사의 오락 편성 비율을 비교한 방송위의 자료를 인용해 KBS2가 48%로 MBC와 SBS(각각 41.6%)보다 훨씬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경숙 열린우리당 의원은 “KBS의 자회사인 위성채널 KBS SKY가 지난해 초 폭력적 오락물인 이종격투기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며 “국가 기간방송으로서 KBS가 신규 매체의 발전에 어떤 기여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KBS 정연주 사장은 ‘타조 공격’ 지적에 대해 “스태프가 전투경찰과 같은 보호장비를 갖추었다”고 변명했다가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에게서 “그러면 타조에게 쫓겨도 된다는 건가”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KBS2의 가학성 폭력성은 고질 중 하나다. 그런데도 정 사장의 문제 인식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 KBS의 공영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진영 문화부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