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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순덕]옥스퍼드와 하버드

입력 | 2004-10-18 18:21:00


‘재능은 모자라고, 가난하고, 관료적이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옥스브리지’(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학)를 묘사한 표현이다. 미국 아이비리그의 명문사립대학은 프로야구팀이나 벤처기업처럼 팔팔한 분위기다. 어떻게 연봉을 더 올릴지, 스톡옵션을 더 받을지 궁리한다. “한밤중 아이비리그엔 불이 대낮같지만 옥스퍼드에 불 켜진 곳은 식당뿐”이란 말도 그래서 나왔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모두 대학에 갈 수 있어야 하며 모든 대학은 같이 취급돼야 한다’는 평등주의 교육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가가 교육비를 대주는 대신 대입정책을 통제한다. 엘리트주의에 반대하는 집권 노동당은 옥스브리지에도 ‘덜 엘리트적인’ 학생 선발을 종용하고 있다. 실력이 우수한 사립학교 대신 공립학교 출신을 많이 뽑으라는 거다. 문제는 대학생 수 10배 증가만큼 지원금은 안 는다는 점. 최근 중국의 상하이 자오퉁(交通)대학이 집계한 세계 10대 대학에서 8개가 미국 대학인 반면 케임브리지가 3위, 옥스퍼드가 8위인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

▷대학 1위인 하버드대학에선 경쟁이 핵심이다. 최고의 교수와 학생을 끌어오고 그중 최고에겐 더 큰 보상을 준다. 사립이므로 정부의 돈도 간섭도 받을 일이 없다. 가정 형편과 상관없이 우수학생을 뽑은 뒤 부모 수입이 연 4만달러 이하면 등록금을 면제해 주는 것도 그래서 가능하다. 이 같은 엘리트 우대 덕에 지난해만 유럽에서 과학자 40만명이 미국으로 이주했고 노벨상 수상자의 3분의 2가 미국서 나왔다.

▷드디어 옥스퍼드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교육적 목적이 아닌 정치사회적 목적을 위해 입학기준을 낮추라는 건 대학의 존재이유에 대한 배신”이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자꾸 간섭하면 아이비리그처럼 자립하겠다고도 했다. 국가에서 대학에 학생을 ‘배분’하던 독일서도 10개의 엘리트대학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똑똑한 학생이 우수한 대학에서 교육받아 세계인과 경쟁할 때 국익도 증가한다는 논리다. 초중등교육엔 국가가 관심 갖고 지원할수록 경제성장률과 노동생산성이 증가한다지만 대학은 다르다. 정부가 끼어들면 교육경쟁력만 떨어진다는 것을 유럽이 증명하고 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