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점프볼.
“더 이상 비운이란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 코칭스태프에 대학농구 2부 리그 지도자가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조선대 남자농구부 임달식 감독(40·사진). 그는 다음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제1회 스탄코비치컵 대회 한국대표팀 코치로 뽑혀 18일 태릉선수촌에 들어갔다. 임 감독을 발탁한 대표팀 김춘수 감독은 “출신을 떠나 잘 가르치는 사람이 대표팀에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말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해요. 힘든 기억은 다 잊어버렸어요.”
임 감독의 농구인생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휘문고와 고려대(83학번)를 거쳐 현대에 입단할 때까지 만해도 엘리트 코스를 밟은 스타 가드였다.
그러나 1989년 농구대잔치 결승에서 기아 허재와 주먹다짐을 벌인 끝에 1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어렵게 코트에 다시 나섰으나 운동에 대한 회의가 생겼고 92년 은퇴 이후에는 8년 동안 골프에 전념하며 세미프로 자격증을 따냈다.
코트 밖에서 야인으로 지내던 임 감독은 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2001년 7월 조선대 감독에 부임했다. 당시 하위권을 맴돌던 조선대는 임 감독의 끈끈한 지도력을 앞세워 지난해 농구대잔치 2부 리그 정상에 올랐다. 올해에는 1부 리그 대회에도 몇 번 도전해 승리를 거두더니 최근 전국체전에선 결승까지 올라 최강 연세대에 패했지만 뜻 깊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학농구연맹은 내년 시즌부터 조선대를 1부 리그로 끌어올릴 계획. 2부 리그 소속으로 스카우트에 애를 먹고 있지만 1년에 100일 넘게 지방 원정을 다니며 강훈련을 소화한 덕분에 1부 리그 팀들을 위협할 만한 전력을 갖췄기 때문.
임 감독은 “어렵게 운동하는 2부 리그 선수들이 국가대표도 되고 프로팀에도 많이 갔으면 좋겠다”며 “젊은 선수들이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