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성
청소년 관련 업무를 누가 관장할 것이냐는 문제를 놓고 문화관광부와 여성부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여성부는 여성·가족·청소년 정책을 여성부 중심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문화부는 청소년 정책을 보호 위주의 가족정책의 틀 안에 귀속시키려는 여성부의 발상이 경쟁력 있는 청소년 정책 수립과 추진을 어렵게 한다고 주장한다.
청소년 문제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볼 때 청소년을 가족정책의 일환으로 다루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가족해체와 붕괴현상을 비롯해 시급한 보호가 필요한 가족구성원에 대한 정책과 미래지향적인 청소년 정책을 혼동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사회화 과정에서 전통적인 가정의 역할은 갈수록 줄고 학교와 지역사회, 그리고 대중매체와 인터넷 등이 큰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청소년정책 추진에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청소년은 분명히 가족의 일원이지만 그와 동시에 학교와 또래집단의 구성원이자 예비 노동인력이라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존재다. 한 가지만 보면 청소년 육성 및 보호 정책이 위축될 소지가 크다.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문화부 존속’도 ‘여성부 이관’도 아닌 청소년부나 청소년청의 신설이다. 얼마 전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청소년정책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청소년부 또는 청소년청을 신설하든지, 아니면 현재의 국 단위 조직을 실 단위로 승격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40여개국이 독립된 청소년부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에 이 나라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을 어떻게 잘 육성하고 보호할 것이냐가 판단의 잣대가 돼야 한다. 부처 이기주의나 정치적 입김에 따라 이 문제가 결정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정하성 평택대 사회복지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