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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4I 현대화비용 한국에 부담요구 파장

입력 | 2004-10-18 18:29:00


전술지휘통제(C4I) 체계의 현대화 비용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항목에 추가해 달라는 미국측의 요구(본보 18일자 A1면 보도)와 관련해 정부 외교안보 부처들은 “용산 미군기지 이전 합의에 반하는 추가 분담 요구”라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은 18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미측의 C4I 비용 부담 요구와 관련한 열린우리당 안영근(安泳根) 의원의 질의에 “대단히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며 신중하게 다뤄 나가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재로선 동의할 수 없는 내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날 “미국측이 방위비 분담 협상 초안에서 C4I 비용을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일부로 보고 한국이 내는 방위비 분담금을 C4I 현대화를 위해 사용할 수 있기를 희망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정부는 최근 가서명한 용산기지 이전합의서(UA)상의 한미 합의가 지켜지고, 그 취지가 방위비 분담협정인 특별조치협정(SMA)이나 다른 부분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도 “미국측이 △C4I 현대화 비용 △공공요금 △각종 임대료 △일부 시설 유지비 등을 방위비 분담금 항목에 포함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어 일단 검토는 할 것이나 새로운 항목의 신설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미측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미국측은 8월 마무리된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에서 C4I 현대화 비용과 임대료 등을 한국이 분담하는 방안을 포함시키려고 줄기차게 노력했지만 정부의 거부로 벽에 부딪혔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방위비 분담 협상에 그 비용을 포함시키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기지 이전협상에서는 실패했지만 다른 협상에서 비용을 전가시키기 위해 이 같은 제안을 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용산 미군기지 협상은 미국 국방부가, 방위비 분담 문제는 국무부가 각각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어 두 부처간 정책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엇갈린 제안이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에 맞춰 정부도 8월 방위비 분담 협상채널을 국방부에서 외교통상부로 바꿨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C4I 비용 부담 문제가 한미관계에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제공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은 “이번 미측 요구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초안으로 제시한 것이며, 지금 검토와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파문의 확산 가능성을 경계했다.

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

▼C4I 현대화비용 ‘방위비 분담’ 땐…▼

한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주한미군 전술지휘통제(C4I) 체계의 현대화 비용을 방위비 분담금으로 부담할 경우 얼마나 더 많은 돈을 내야 할까?

미군 C4I와 관련된 비용 항목은 △용산기지 이전지역에 C4I 시설물 건립 △C4I 기존 장비의 이전 △C4I를 최신장비로 교체하는 현대화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8월 말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가서명한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포괄합의서(UA)’는 C4I 시설물 건립과 기존 장비 이전의 경우 한국이 최대 900만달러(약 103억원) 이내에서 부담하고, C4I 현대화는 미군이 부담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 방위비 분담금의 항목은 △인건비 △일반 군사시설 건설비 △전투력 증강을 위한 연합방위증강계획 추진비용 △각종 군수지원 등 네 가지로 C4I 현대화는 아예 포함돼 있지 않다.

최대 900만달러만 쓰면 된다고 생각한 우리 국방부는 당초 UA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를 주요 성과 중 하나로 꼽았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올해 국방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검토한 결과 C4I에 대한 한국측 부담 예상액은 600만달러(약 68억원) 수준이었다”며 “그래서 넉넉히 900만달러를 한계선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방위비 분담금이다. 국내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C4I 현대화 비용을 방위비 분담금으로 한국이 부담하면 현재 6000억∼8000억원 규모인 방위비 분담금이 매년 증가분 외에도 최소 연간 수백억원씩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군의 독자 C4I사업에 참여 중인 한 IT 전문가는 “우리 육해공군의 사업 규모가 모두 3651억원인데 미군의 C4I는 우리의 C4I와 차원이 다르다”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데에만 우리 사업 규모 이상의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IT 전문가는 “주한미군의 C4I는 주한미군뿐 아니라 미 본토와 정찰위성, 다른 해외 미군의 정보도 취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추가로 수백억원이 방위비 분담금에 추가될 경우 한국이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은 1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국방부는 내년 방위비 분담금 예산액으로 8116억원만을 잡아놓은 상태다.

국방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은 한미동맹관계를 고려해 일단 기존 방위비 분담금 증액률(전년 대비 8.8%+종합물가상승률)을 적용한 것”이라며 “C4I 현대화 비용에 대한 검토는 앞으로 진행할 과제”라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