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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루치아’와 함께 온 유럽파 성악가들

입력 | 2004-10-18 18:39:00

나승서 김성은 박기천씨(왼쪽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이 도니체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20∼23일 전당 내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베를린 독일오페라극장(도이체 오퍼 베를린)의 연출과 무대를 그대로 들여온 이번 공연에는 특히 소프라노 김성은씨(39)가 여주인공 루치아 역, 테너 박기천(49) 나승서씨(39)가 남주인공 에드가르도 역에 출연하는 등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활약 중인 우리나라 성악가들이 대거 참여해 관심을 모은다.

연습이 한창인 예술의 전당에서 주역 세 사람을 만났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에드가르도 역에 더블 캐스팅된 두 테너의 상이한 개성.

나승서씨는 자신의 목소리를 “다소 가벼운 목소리의 리리코(서정적) 테너”라고 정의했다. “구노의 ‘파우스트’나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등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죠.”

그와 유럽무대에서 자주 호흡을 맞춰온 김성은씨는 나씨의 목소리에 대해 “지역성을 초월한 매력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유럽에서 공연하는 각국 성악가들은 출신지역에 따라 고유한 개성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나 선생님 목소리는 눈을 감고 들으면 어느 나라 출신인지 알 수 없어요.”

박기천씨의 경우는 어떨까. 나씨는 “박 선생님은 음량이 크고 표현할 때도 듣는 사람의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 매력을 갖고 있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소프라노를 혹사시키기로 유명한 작품. 김성은씨는 “15분 넘게 온갖 기교를 펼쳐보여야 하는 ‘광란의 장면’이야말로 고난의 하이라이트”라고 말했다.

“도니체티 오페라의 여주인공들은 시대의 갈등에 얽혀 ‘죽거나 미치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요. 쉬어가는 부분이 없고 소리로 승부해야만 하기에 가수의 역량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김성은씨는 이탈리아 베르디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베로나 야외극장 등에서 주역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박기천씨는 독일 칼스루에 음대를 졸업하고 독일 브레멘과 만하임의 국립극장 등에서 활동 중.

나승서씨는 이탈리아 페스카라 국립음대에서 공부했으며 로마, 피렌체 등에서 오페라 주연으로 무대에 섰다. 공연은 20∼23일 오후 7시 반. 미국인 소프라노 로라 클레이콤이 김성은씨와 더블 캐스팅됐다. 3만∼12만원. 02-580-1300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