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유다’ 역을 맡아 3옥타브 이상의 고음을 12박자 이상 끌어가는 가수 J K 김동욱. 박영대기자
‘슈퍼스타’가 탄생할까.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록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다음달 무대에 올려진다.
제목에서는 ‘예수’가 ‘슈퍼스타’지만, 웨버는 유다의 시선으로 본 예수의 마지막 일주일을 다룬 이 작품의 제목을 애당초 ‘이스가리옷 유다 슈퍼스타’로 붙이고자 했을 만큼 유다의 비중이 크다. 이 때문에 누가 유다를 맡는지도 공연마다 관심거리.
한국에서는 1980년 초연 때 고 추송웅(1941∼1985)이 유다를 맡았고 이후 강산에, 윤도현 등이 이 역을 맡아 ‘떴다’. 이번 공연에서는 ‘위험한 사랑’으로 유명한 가수 J K 김동욱(29)이 유다를 맡아 뮤지컬에 처음 도전한다.
“(윤)도현 형에게 전화했더니 ‘좋은 역이니 꼭 해라, 나도 그 역 맡고 떴다’고 하더군요. 근데 조언을 부탁했더니 안 가르쳐 주던데요.(웃음)”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지는 이 작품은 음역이 워낙 커 로커들이 주로 캐스팅돼 왔다. 그러나 J K 김동욱은 주로 솔(soul)을 불러 온 가수.
“록이 주류인 건 사실이지만 솔 느낌이 강한 곡들도 있거든요. ‘슈퍼스타’ 같은 곡도 그렇죠.”
연습실에서 그가 부른 ‘슈퍼스타’는 중저음에서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팅과 거의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슷했다. 하지만 중저음의 노래를 주로 불러 온 그가 182cm, 80kg의 체구에서 뽑아내야 하는 고음은 팬들에게는 관심거리, 그에겐 도전이다.
그는 “평소 한 번도 불러보지 않은 ‘하이(High) D’음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하이 D’는 ‘도레미파솔라시도, 레미파솔라시도, 레미파솔라시도, 레’까지 3옥타브 이상을 올라가는 음이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고음을 내는 것도 힘들지만 이를 12박자 이상 끌어야 해 웬만한 록가수도 소화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가 가장 신경 쓰는 곡은 예수를 배신한 유다가 자살 전 고뇌와 슬픔, 분노와 억울함을 담아 부르는 ‘유다의 죽음’. 김 감독이 “다른 노래는 다 못해도 이거 하나 잘 부르면 된다”고 할 만큼 작품을 좌지우지하는 곡이다.
그는 “몇 년 전 절친했던 친구가 군대에서 갑자기 죽었을 때 느꼈던 분노와 억울함을 떠올리며 부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종교극 성격이 강했던 이전 ‘슈퍼스타’와 달리 2000년 브로드웨이 최신 버전을 토대로 한 이번 공연은 배경도 현재로 설정돼 현대적 감각과 화려함이 강조된다. 언론은 체포된 예수를 상대로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고 핫팬츠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천사들이 유다와 함께 부르는 ‘슈퍼스타’는 라스베이거스 쇼를 연상케 한다.
쟁쟁한 선배들이 맡았던 유다 역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인터뷰 내내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J K 김동욱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에야 슬쩍 욕심을 드러냈다.
기자가 제작사 직원에게 “이번이 몇 번째 유다인가”를 묻는 순간, 그는 재빨리 대답을 가로챘다.
“(가장 잘한) 첫 번째 유다라고 해주세요.(웃음)”
11월 6∼8일 경기도 문화의 전당(시범공연) 4만2000∼8만4000원, 11월 18∼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만∼12만원. 02-501-7888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