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로린 마젤 지휘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한 뒤 손열음양이 관객들의 갈채에 답례하고 있다. 사진제공 금호문화재단
17일 오후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 중앙 피아노 앞에 앉은 그는 거인처럼 당당해 보였다. 19세의 피아니스트 손열음양(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이날 로린 마젤이 이끄는 뉴욕필과 협연한 그는 난삽하기로 이름난 리스트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피아니스트 신수정씨(서울대 교수)는 “손열음이 나이답지 않게 완벽한 테크닉을 구사했으며 강력한 타건(打鍵)으로 곡이 가진 스케일을 충분히 소화해냈다”고 격찬했다.
18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 이어 22일 일본 도쿄 NHK홀에서도 뉴욕 필과 같은 곡을 협연하는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협연은 만족스러웠나요. 마젤은 솔리스트를 편하게 뒷받침했는지….
“마젤 선생님이 세부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체적 구도를 잘 만들어 가시는 분이라 편했어요. 기대한 만큼 연주가 된 것 같아요.”
―체구에 비해 큰 힘이 뿜어져 나온다는 인상이었는데, 그동안 키가 컸나요.
“키는 5년 전부터 163cm 그대로예요. 저를 가르치는 김대진 교수님(한국예술종합학교)이 ‘너무 말랐다’고 하셔서 몸무게를 40kg에서 10kg 더 늘렸죠. 힘이 달린다는 생각은 별로 없어요.”
―연주에서나, 일상생활에서나 대담한 편이라고 들었는데요.
“적당히 떨어야 해요. 너무 대담하면 게을러지죠(웃음). 어제는 무대 나갈 때부터 마음이 편했어요.”
―연습은 얼마나….
“연습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쓰면 힘만 들 수도 있죠. 연주자마다 다른데, 제겐 하루 두세 시간이 가장 효과적인 것 같아요.”
―이강숙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3월에 출간한 장편소설 ‘피아니스트의 탄생’(현대문학)이 손양을 실제 모델로 하고 있다면서요.
“총장님이 저를 불러서 성장 과정 등 이것저것을 물어보셨죠. 소설 주인공 ‘현민영’은 저와 많이 닮았지만 똑같지는 않아요. 물론 기분 좋죠.”
―앞으로의 계획은….
“큰 콩쿠르는 계속 도전할 거고, 2년쯤 뒤 유학을 갈 생각입니다. 학교는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손양은 원주여중 재학 중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서 김 교수에게 배웠고 2000년 15세의 나이로 한국예술종합학교 피아노과에 수석 입학했다. 1999년 미국 오벌린 피아노콩쿠르, 2000년 독일 에틀링겐 피아노콩쿠르, 2002년 이탈리아 비오티 콩쿠르에서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최근 그는 쇼팽 연습곡집 작품 10, 작품 25를 담은 데뷔음반을 유니버설뮤직에서 내놓았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