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흥태 충남대병원장이 “사이버 상담은 생활의 보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전=지명훈기자
“심신이 지친 환자가 간단한 궁금증 때문에 병원까지 오가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것도 의사의 의무 아닌가요.”
산부인과 전문의인 노흥태(盧興泰·55) 충남대병원장은 점심시간에 숟가락 놓기 바쁘게 자리를 뜨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서로 재담을 즐기는 자리에도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바삐 찾는 곳은 다름 아닌 자신의 PC 앞. 수술과 진료 회진 등으로 바쁜 와중에서 매일 100건 가까이 날아드는 환자들의 e메일 상담에 응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는 의사라는 직업으로 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찾던 중 2000년 초 산부인과 상담 사이트(www.nht.co.kr)를 만들었다.
“기존 상담 사이트를 보니 무성의하고 불친절했어요. ‘전문의를 찾아가 보라’는 간단한 답변과 함께 자신의 병원 약도를 보내주는가 하면 답변도 1∼2주에 몰아 한꺼번에 했어요.”
그는 답변은 하루를 넘기지 않고 친절하게 하며, 웬만하면 상담만으로 고민이 해소되도록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병원 생활에서 자투리 시간만 나면 PC 앞에 앉았으며 책임 있는 답변을 위해 연구실을 찾아 의학서적과 논문을 뒤졌다.
소문이 나면서 문의가 쇄도했다. 최근까지의 상담건수는 8만여건. 그는 이를 토대로 ‘클릭! 인터넷 산부인과 100문 100답’이라는 책도 펴냈다.
상담자 가운데에는 언어소통 등의 문제로 상담에 어려움을 겪는 미국 캐나다 독일 등지의 해외 교포도 적지 않다.
그는 교포들에게는 “타지에서 얼마나 외로우냐”고 위로하고, 일반 환자에게는 “임신은 축복”이라고 격려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병의 치유는 마음의 문제라고 믿기 때문이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