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제주]동서남북/제주대 총장선거 ‘혼탁한 지성’

입력 | 2004-10-18 21:00:00


12월 치러질 예정인 국립 제주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 혼탁한 선거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최근 제주대 A교수 연구실에서 출입문 밑으로 밀어 넣은 정체불명의 현금봉투가 발견됐다. A교수는 대학 게시판에 이 내용을 공개하면서 제공자를 기다렸지만 여태 나타나지 않았다.

후보 예정자로 거론되는 B교수는 부부동반으로 교수들의 자택을 찾아다닌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C교수는 “느닷없는 방문에 놀랐다”며 “과일바구니를 들고 와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D교수는 9월 인터넷 매체에 총장선거와 관련해 골프접대를 받은 내용을 담은 ‘참회록’을 게재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후보 예정자인 E교수는 경쟁자로 거론된 교수의 단순한 과 회식을 향응자리로 오인해 카메라를 들고 ‘급습’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후보 예정자들은 올해 초부터 사실상 선거전을 시작했다”며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금품 및 향응제공, 골프접대, 가정방문, 흑색선전 등 부패 정치인들 뺨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선거로 올해 제주도지사와 제주도교육감 선거가 무효화되고 재선거가 이뤄졌다. 교육감 선거 관련자들은 줄줄이 구속돼 제주도민들의 자존심을 구겨놓았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벌어지는 총장 선거마저 혼탁으로 얼룩진다면 제주도민들은 더욱 부끄러워질 것 같다.

임재영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