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최근 정부에 ‘국제사회와 남북대화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적극 거론하라’는 요지의 ‘대외비’ 정책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해 파장이 예상된다.
18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건의서 ‘미국 2004 북한인권법 파급효과와 대응방안’은 “북한 인권이 국제사회에서 빠른 속도로 공론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움직임에 수동적으로 대응할 경우 국제사회에서의 입지 약화는 물론 국내의 분열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6일 작성돼 통일부 장차관을 비롯해 정부 내 주요 대북정책 관계자들에게 배포된 이 건의서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대북인권 결의안이 다시 상정될 경우 찬성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의서는 또 “남북 양자간 회담에서도 비공식, 비공개 방식을 통해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및 한국의 관심과 우려를 북한에 전달하라”고 제안했다.
정부는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 유엔 인권위에 대북 인권결의안이 상정됐을 때 아예 표결에 불참한 데 이어 올해는 ‘기권표’를 던졌고 남북대화에서도 인권문제 거론을 금기시해 왔다.
정책건의서는 정부가 인권정책 변화를 고려해야 할 이유로 미국 의회의 북한인권법 채택과 유엔 인권위원회의 대북 결의안 채택 및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임명 등 국제환경의 급변을 꼽았다.
건의서는 이어 “북한 인권문제는 인권적 차원은 물론 북한 핵문제와 한미, 남북, 북-미관계 등과 연계된 복합적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종합대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