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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저도 안되니 좌판이라도”… 젊은 노점상 급증

입력 | 2004-10-19 18:21:00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아파트 밀집촌. 아파트 단지 근처에는 토스트 호떡 화분 과일 야채 등을 파는 노점과 좌판(행상) 10여개가 늘어서 있었다. 전통적인 포장마차에서부터 트럭, 리어카와 바닥에 신문지만 깔아놓은 좌판까지 종류도 다양했다.1t짜리 트럭에 배추와 무를 가득 싣고 온 김모씨(41)는 “경기도에서 작은 식당을 했었는데 장사가 영 되지 않아 빚만 지고 문을 닫았다”며 “6개월 전부터 강원도나 경기도 일대 농가에서 채소를 싸게 사 서울의 아파트 단지를 돌며 팔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불황 탓에 생계형 노점이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 노점인 포장마차보다도 ‘극빈 생계형’ 노점인 좌판의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20, 30대 청년층 노점상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시장 근처에서 1년째 돗자리 하나 깔아 놓고 찹쌀떡을 팔고 있는 이모씨(60·여)는 “요즘엔 늦으면 자리가 없어 오전 5시에 나온다”며 “1년 전만 해도 좌판의 자리싸움은 없었는데 요즘엔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싸움이 빈번하다”고 전했다.

조기화 영등포구청 가로정비1팀장은 “최근엔 대형 포장마차 같은 기업형 노점은 줄어들고 역 주변이나 이면 도로에 좌판 하나 깔아놓고 장사하는 생계형 노점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좌판의 경우 누가 봐도 확실한 생계형이기 때문에 가급적 단속을 하지 않지만 이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주변 상인들의 민원이 증가하고 있어 최근엔 가끔 단속을 한다”고 덧붙였다.

노점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도 좌판을 시작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글들이 하루 10건 이상 올라오고 있고 조회수는 수백 건에 이른다.

전국노점상연합회에 따르면 전국에서 영업 중인 노점상은 200여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좌판, 차량 등의 노점상이 상당수 누락된 수치로 이들을 포함하면 300만명은 족히 넘을 것이라는 것.

연합회 관계자는 “신규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문의전화도 지난해에 비해 2∼3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노점 단속 건수도 올해 들어 급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노점 정비 과태료 및 변상금 부과 건수는 2002년 7804건, 2003년 9980건에 이어 올해는 8월까지만 해도 1만582건이었다. 올해말까지는 1만5000건을 넘을 전망.

강제정비 및 수거 건수도 지난해 2만6405건의 두 배에 육박하는 4만6284건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시청 건설행정과 노점관리팀 임승태 주임은 “지난해엔 과태료 고발 수거 경고 등을 포함해 3만6000건 정도를 단속했는데 올해는 벌써 4만건을 넘어섰다”며 “특히 청년실업자들이 대거 노점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시연구소 홍인옥(洪仁玉) 박사는 “외환위기 직후 노점상이 급증했던 것처럼 경기가 나빠지면 노점상이 어느 정도 증가하지만 극빈 생계형인 좌판과 한창 일할 나이인 젊은 노점상들이 급증하는 현상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