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신문들은 최근 사설을 통해 지지 후보를 천명했다. 미 언론의 오랜 관행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회사의 정치적 견해가 반영되는 사설과 달리 사실보도 기사만큼은 공정하게 다룬다’는 미국 신문의 통념마저 깨지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뉴욕 타임스는 17일 접전 주인 아이오와에서 지지 후보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기사를 다루면서 큰 사진 4장을 실었다. 사진 3장에는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가 골고루 분포돼 있지만 나머지 1장은 ‘공화당원이지만 민주당 존 케리 후보 지지로 마음을 돌린’ 여성 변호사 사진이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TV 토론이 한창이던 13일 반(反) 조지 W 부시 록 콘서트 기사를 인터넷판 머리기사로 올렸다. 워싱턴 지역의 큰 대중행사였기 때문에 지역신문으로서 비중 있게 다룰 수 있지만 첨예한 선거정국을 고려할 때 편파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보도였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방송도 마찬가지. NBC, ABC, CBS 등 공중파 방송 3사도 ‘절묘한 위반’을 일삼고 있다는 비판론이 적지 않다. TV 토론 직후 방송 내용 중 케리 후보에 우호적인 발언이 부시 후보에 비해 두 배나 된다는 조사결과까지 나왔다.
CNN 방송은 1차 TV토론이 끝나자 부시 대통령의 어색한 표정만을 편집해 다시 방송, 민주당원들을 흡족하게 했다.
‘공화당보다 더 공화당 같다’는 폭스TV는 아예 노골적으로 ‘케리 때리기’에 나섰다.
싱클레어 방송은 반케리 다큐멘터리를 62개 산하 지역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방송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에 반대하는 앵커를 해고하기까지 했다.
갈라진 미국의 자화상들이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