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참살이(웰빙)’열풍은 어느덧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생활의 일부가 된 느낌이다. 초반엔 값비싼 레스토랑의 유기농 식사처럼 고급문화 트렌드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공원에서의 가벼운 산책이나 좋은 재료를 이용한 가정에서의 한 끼 식사 등 생활 속의 참살이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 중 ‘참살이 시대’의 식생활을 주도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콩이다. 콩은 단백질과 지방질이 부족하기 쉬운 우리네 전통식단에서 질 좋은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비타민E(토코페롤)도 충분히 포함하고 있는 대표적인 건강식품이다.
콩은 그 자체로 요리를 해도 좋지만 두부로 재가공되어 더욱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두부는 먹기도 편하고 다양한 방식으로도 즐길 수 있어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환영을 받는 몇안 되는 먹을거리다. 점점 쌀쌀해지는 이 가을…. 따뜻한 두부 요리로 입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시내의 맛있는 두부
요릿집 네 곳을 가봤다.》
○ 정원순두부(02-755-7139)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인근에는 40여년 전 만해도 순두부 공장들이 많았다. 공장 근처에는 자연스럽게 순두부 식당들이 자리를 잡았고 ‘북창동 순두부’, ‘소공동 뚝배기’라는 말도 그 시기에 유래했다고 한다. 당시에 있던 순두부 식당 중 지금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 ‘정원순두부’다. 1969년 1월 30일에 개업을 했으니 벌써 36년째다. 1984년에 지금 위치로 이사를 하면서 ‘평양순두부’라는 상호만 ‘정원순두부’로 바뀌었다. 돼지고기 순두부(5000원), 쇠고기 순두부(5500원), 굴 순두부(6000원) 세 가지가 있으며 뚝배기 밥과 비빔 그릇이 함께 나온다. 밥과 찌개가 모두 뜨거워서 길어지는 식사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15년 전에 나온 아이디어가 비빔 그릇이다. 비빔 그릇 안에 야채와 고추장을 넣어 비벼먹는 순두부 밥은 또 다른 별미이니 그리 야박하다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위치:지하철 2호선 시청역 9번 출구. 유원빌딩 뒤편
영업시간:평일 오전 10시∼오후 10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 공휴일은 휴무
○ 지리산(02-723-4696)
7년 전통의 두부요리 및 한정식 전문점. 일본에는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패키지도 있다고 한다. 강원 철원산 콩과 속초에서 공수한 간수로 매일 아침 만드는 두부는 이곳의 자랑. 얼큰한 두부전골(1만원), 계란을 이용해 다양한 색으로 지져낸 두부가 먹음직스러운 두부김치(1만5000원)는 술안주로 그만이다. 뽀얀 색깔과 담백한 맛이 잘 어울리는 평양식 콩비지(5000원), 매콤한 김치 콩비지(5000원), 두부모양으로 압축하기 전 간수를 넣어 뭉글해진 상태의 숨두부(6000원), 본연 그대로의 두부 맛을 느낄 수 있는 생두부(1만원)도 인기 메뉴다. 두부가 들어가지는 않지만 제주도에서 올라온 성게알에 미역 등을 넣어 담백하게 끓여낸 성게국(1만원)은 다른 곳에서 맛보기 쉽지 않은 별미. 숙취에 좋은 황태국(5000원)도 점심메뉴로 인기가 높다. 솔잎주, 복분자주, 인삼주 등 직접 담근 술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위치: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종로경찰서와 주차장 사이의 골목 끝.
영업시간:오전 11시반∼오후 10시.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 나무가 있는 집 (02-737-3888)
이탈리아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했던 고봉학 대표의 이력이 이채로운 8년 전통의 두부요리 전문점. 강원도 출신인 고 대표는 어렸을 적 어머니가 해주던 두부 맛에 대한 자신감만 가지고 두부요리 전문점을 열었다고. 두부 자체의 맛을 그대로 살린 통두부 부침(1만원), 삶은 돼지고기와 겉을 고소하게 살짝 튀겨낸 두부에 매콤한 중국식 소스를 가미한 두부한마당(2만5000원)은 이 집의 많은 별미 중 일부일 뿐이다. 김치두부보쌈(2만5000원), 청경채 마파두부(2만5000원) 등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두부요리들이 많다. 강원도 별미 음식인 얼큰한 감자옹심이(2인분 1만4000원), 메밀 전병(1만원), 정선의 해발 700m고지에서 채취한 곤두레 나물만을 사용한 돌솥 곤두레 밥(9000원)도 별미이다. 최근 서대문구 연희동에도 분점(02-335-3889)을 열었다.
위치:광화문 인근 구세군회관과 서울역사박물관 사이의 길로 약 300m직진.
영업시간:오전 10시∼오후 10시.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 콩두 (02-722-0272)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새로운 스타일의 콩 및 두부요리 전문점. 핵물리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국에서 패션 머천다이징을 공부한 한윤주 대표의 다양한 경험이 녹아있는 듯한 다문화적인 매력이 돋보인다. 한식을 기본으로 서양스타일을 적극 가미한 다양한 콩, 두부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신선한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 두부스테이크(2만4000원)가 우선 눈에 띈다. 일반인이 스테이크에 기대하는 무언가를 두부가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면 반드시 시도해 보길 권한다. 고소하게 구워진 겉 표면과 부드러운 두부속살이 콩 소스와 함께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맛을 선사한다. 적당하게 간이 된 은설어살을 통째로 구워 발효콩 소스를 뿌린 은설어구이(2만9000원)도 추천할 만하다. 샐러드부터 다양한 메인요리, 디저트로 인기 높은 아이스크림에까지 콩이나 두부를 사용한 아이디어와 실험정신이 돋보인다.
위치:삼청동 총리 공관 근처 우리은행 옆 건물.
영업시간:점심은 낮 12시∼오후 3시, 저녁은 오후 6∼10시, 일요일은 휴무.
정성훈 푸드채널PD pyramid1@cj.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