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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특별법 한달]⑤이렇게 해결하자-전문가 좌담

입력 | 2004-10-21 18:02:00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른 성매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20일 오전 강지원(姜智遠·어린이청소년포럼 대표) 변호사, 김강자(金康子) 전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이주선(李柱善) 한국경제연구원 규제연구센터 소장이 법 시행 한 달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들 모두 성매매를 줄여야 한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규제방식 등에 대한 견해차로 2시간가량 열띤 토론을 벌여 이를 둘러싼 논쟁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했다.

▽김강자=공개형 집창촌이 경찰의 실적 높이기식 단속의 타깃이 돼 붕괴되고 있다. 하지만 룸살롱, 보도방을 비롯해 인터넷상의 성매매 등 음성형 성매매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강지원=한국의 성산업은 세계적으로 위험한 수위다. 궁극적으로 성매매 근절은 불가능할지라도 시장규모 축소에 정책 목표가 있다. 핵심 고리는 자금력과 시설을 가지고 남성들을 끌어 모으는 업주다. 따라서 이번 특별법의 근본 취지는 ‘업주와의 전쟁’을 통해 업주를 줄이고 나아가 시장을 축소하자는 것이다.

▽이주선=특별법 시행에 따른 파급효과가 법 제정 취지대로 나타날지 의문스럽다. 현재와 같은, 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종사자들이 직접 나서는 직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잠재적 수요자들의 도덕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집창촌 일제 단속은 정치적 이득밖에는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따져보면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김=한국은 성매매와의 전쟁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 3년 전이다. 그때부터 성교육, 바른 성문화 운동을 통해 성매매 인구를 줄여 왔어야 했다. 그리고 집창촌을 깨버리면 종사 여성들이 대부분 음성형 성매매로 이어지고 인권유린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강=이미 우리 사회의 성매매는 집창촌에서 음성화시대로 들어가 있다. 따라서 수요 공급 측면에서 동시에 성매매 방지를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공급을 줄이고, 수요 측면에서는 남성들의 밤문화 유흥문화 성접대문화를 고쳐야 한다. 공급정책에 있어 주된 목표는 우선적으로 자금력을 갖춘 업주가 돼야 한다.

▽이=수요가 줄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 경로를 차단해 봐야 소용이 없다. 경제학적으로 ‘나쁜 것’에 대한 공급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점이다. 성매매를 최소화하려면 독점화해서 특정지역에 몰아넣어야 한다. 현행 방식은 사회정의적, 도덕적으로는 옳겠지만 없애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김=특별법 시행 전에 잠재적 성매매 여성에 대한 교육, 대안적 일자리 창출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또 목표 달성을 위해 ‘전쟁’의 범위를 축소하는 집중적,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성매매를 용인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한시적 규제주의’를 제안한다.

▽강=두 분은 특정지역 안에서 성매매를 공인하거나 지금 같은 상태를 유지하자는 것인데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한국 사회에 엄청난 파문이 일어날 것이다. 성매매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아는가. 직거래를 제재하는 것은 다음 단계다.

▽이=성매매 여성의 인권문제는 사회전체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법 제정은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향을 정하자는 것이다. 기존에 양성적으로 존재하던 것을 단속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지 말고 음성적인 부분에 더 눈을 돌리라는 이야기다.

▽김=범위가 너무 넓으면 효과가 없다. 우선적으로 ‘미성년자 성매매’와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유린’ 부분을 집중 단속하자. 그리고 음성형은 엄하게 다루고 공개형은 보호하자는 것이다. 현행 특별법은 현실과 괴리돼 너무 이상에 치우쳤다.

▽이=이혼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등 우리 사회의 가정 파괴가 계속되는 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수요가 존재하는 한 공급을 단속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수요 측면에서 가정의 정상적 가동, 공동 놀이문화 등을 교육하고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강=남성들이 이번 특별법 시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근저에는 오랫동안 한국 남성들에게 익숙해져 있는 성적으로 타락한 사고가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생각이 타락한 사고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건강성과 도덕적 수준을 높여 나가야 할 때다.

정리=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