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환
‘내 일처럼 최선을 다했던가’라는 다소 엉뚱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다. 다른 사람의 건축을 주로 해온 건축 전문가인 내가 요즘 직접 건축주가 돼보니 느낀 점이 있어서다. 때로는 비용 문제로, 때로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더 솔직하게는 내 건물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경우가 없지 않았던 것 같다. 건축주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서 하는 일생일대의 대사업이었을 텐데 나는 통상적인 일 중의 하나로 여겨 자신만의 지식과 고집으로 작업을 하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이다. 내 건물이라면 더 노력했을 것이다.
건축에 있어 설계와 시공은 건축 전문가가 맡지만, 그 건물은 사용하는 사람들과 건축주, 그리고 이웃 주민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고려할 점들이 적지 않다. 작은 공간이라도 설계 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얼마나 고민했느냐에 따라 사용 편의 면에서 큰 차이가 나고, 시공자의 성실함과 꼼꼼함 정도가 건물 수명과 품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안 보이던 것도 보인다. 아이를 낳아 키워보면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것처럼 건축 전문가가 아닌 건축주 입장에 서보니 비로소 건축주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건축을 잘 모르는 보통 건축주들은 때로 상식에 어긋난 요구를 하거나 쓸데없는 걱정과 염려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내가 건축주가 돼보니 나 역시 보통 건축주들 못지않은 걱정과 염려를 하게 됐다.
건축뿐이겠는가. 모든 분야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하다. 식품 제조업자는 소비자로서 그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하고, 노조와 경영진은 서로 입장을 바꿔 고민해 볼 일이다. 그렇게 하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살 만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김인환 건축사·TAS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