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관 충북도의회 의장(오른쪽) 등 충북도의회 의원들은 21일 충북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에 대해 유감이라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청주=연합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대전 충남 등 충청권 주민들은 대부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일부는 헌재의 결정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다만 수도 예정지인 연기-공주의 일부 주민은 환영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수도 예정지 반응=충남 연기군 남면 종촌2리 이장 황인산씨(50)는 “국회에서 통과된 법이 위헌이라면 국민은 뭘 믿어야 하느냐”며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은 다 그만두고 헌법재판관들이 나라를 다스리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이희운씨(66·농업)는 “수도 이전으로 평생 살아온 터전을 떠나 어떻게 살지 걱정이었는데 헌재가 현명한 결정을 내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수도 예정지의 오영희 공주시장은 “헌재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헌법에 의해 구성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제정한 특별법이 위헌이라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기봉 연기군수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지역 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고 실망하는 군민들을 어떻게 위로할지 모르겠다”며 “정부는 빠른 시일 안에 재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격앙된 관련단체=수도 이전 관련 단체들은 헌재의 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행정수도이전범국민연대는 “지방 사람의 희생과 고통을 배려하지 못한 헌재의 이번 판결에 실망과 좌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헌재의 독재를 우려한다”며 “이번 결정은 소수설에 불과한 관습헌법 이론을 가지고 성문헌법의 입법권을 침해한 것으로 또 다른 국민의 기본권 침해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난감한 자치단체=수도 이전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고 이를 위한 인사까지 최근 단행한 충남도 등 관련 자치단체들은 이번 결정에 난감해 하고 있다.
충남도는 김용교 단장을 비롯해 2부 4팀(24명)으로 ‘충남도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지원단’을 별도 기구로 구성해 19일 현판식을 가진 바 있다. 또 이를 위해 3급 이하 146명에 대한 비정기 인사까지 단행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지원단은 수도 이전에 따른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 방지, 전국 시민단체와의 간담회 개최, 학술대회 및 세미나 참석 등을 통한 홍보활동을 벌일 예정이었다”며 “인사까지 단행한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심대평 충남지사는 이날 도민체전 개막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행정수도 이전 백지화는 안 될 말”이라며 “행정수도 이전 사업의 중단은 국론분열과 국기문란으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공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연기=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