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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게이트’주역 박동선씨 “한미관계 사상 최악 치달아”

입력 | 2004-10-21 19:10:00


“40년간 한미관계를 지켜봤는데 지금이 최악이다. 미국의 보수정권은 한국을 더 이상 동맹국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1960년대와 70년대 미 정치인들에 대한 로비 스캔들인 ‘코리아게이트’의 주역인 박동선(朴東宣·69·사진)씨가 20일 미 워싱턴 시내에 자신이 미국인 지인들과 함께 설립한 사교클럽인 ‘조지타운클럽’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났다.

박씨는 “한국이 미국과 1 대 1 관계가 돼야 한다거나, 자주국방 같은 주장은 구태여 공개적으로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면서 “외교만은 초당적 실리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나 중국, 독일은 프라이드(자존심)가 없어서 미국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려 하겠느냐”면서 “한국은 돈도 없으면서 자주국방을 얘기하니 미국이 우습게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근본주의 기독교인에 가까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악마 취급한 것도 한미관계 악화의 원인이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미 공화당 정권에 북한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그는 북한 문제만은 민주당이 대통령선거에서 이겨야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청와대의 요청과 중앙정보부의 지원으로 미 의원들에게 로비를 한 것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였다”면서 “미국에서 쌀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것을 알고 쌀을 수입해 주고 정치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한국과 북한, 우크라이나 등을 돌아다니며 미국에는 한 번에 3주 이상 있는 경우가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산다는 그는 “나는 아직 은퇴하지 않은 현역이라서 할 말도 많고 억울한 것도 많지만 회고록도 못 쓴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그는 “비행기를 못 탈 정도가 되면 한국에 돌아가 살 것”이라면서 “외교관이 되려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작은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