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 결정에 반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청와대나 열린우리당 안에서 승복(承服)의 모습은 찾을 수 없고 오히려 헌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성토하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제와 어제 여권 인사들의 발언록을 보면 헌재에 대한 불만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들은 “헌재가 헌법을 훼손했다” “분수를 망각하고 오만방자한 결정을 내렸다” “헌재 재판관 임용에 문제가 있다” “재판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등의 말을 거침없이 쏟아 냈다. 헌재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기각했을 때 보였던 찬사 일변도의 자세와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물론 수도 이전에 정권의 명운(命運)을 걸다시피 해 온 집권측에서 보면 위헌 판결이 당혹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심정적 저류(底流)가 헌법 체계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헌재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실이다. 민주화의 기본은 헌법의 지배라는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로 생겨 났다. 따라서 헌재에서 내린 결정은 되돌릴 수 없는 최종 심판의 의미를 지닌다. 따지고 보면 승복이니 불복(不服)이니 하는 개념 자체도 성립할 수 없다. 학술적 논란이라면 몰라도 정치적 행정적 논란은 이번 결정으로 매듭을 지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여러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0% 이상이 헌재 결정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권에 비교적 우호적이라는 ‘누리꾼’(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헌재 결정에 대한 찬성률이 더 높았다. 그런데도 헌재의 권능과 역할을 폄훼하고 민심의 흐름까지 거스르고 있으니 이것이 절차와 여론을 강조해 온 ‘참여정부’의 참모습인가.
이렇게 가다간 헌재 결정을 둘러싸고 나라가 또 한 차례 거센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여권은 숨을 가다듬고 평정심을 되찾아야 한다. 국민은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혹시 무리수를 들고 나오지나 않을까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