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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善行의 힘”…횡령혐의 기업인, 숨은 자선 드러나 불구속

입력 | 2004-10-23 01:04:00


회사 돈 3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인이 그간의 선행을 인정받아 구속을 면하게 됐다.

토목업체인 우성산업개발 이기흥 회장(50)은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하는 사업 수주와 관련해 수자원공사측에 수천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19일 검찰에 붙잡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주철현·朱哲鉉)는 수사 과정에서 이 회장이 3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적발했고 이에 따라 구속 수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회사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받은 수십장의 감사편지가 발견되면서 방침을 바꿨다.

편지 내용에 따르면 이 회장은 2년 전부터 독거노인과 장애인이 사는 서울시내 6개 구(區)와 경기 하남시의 680가구에 매달 쌀 700여포대를 보내 왔다.

또 돈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난치병 청소년과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매달 3500만원을 기부해 온 사실도 밝혀졌다. 지금까지 이 회장의 도움을 받은 환자는 100여명이나 됐다.

여기에 이 회장은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 23명에게 매년 8800만원의 장학금을 후원해 오고 있었다. 이렇듯 이 회장이 매년 자선사업에 쓴 돈은 10억원.

이 회장은 2001년 회사가 도산해 한때 반신마비 상태에 빠졌고 우여곡절 끝에 회사를 되살린 뒤 평소 생각해 온 자선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이 회사 주식 전부를 갖고 있어 횡령으로 인한 피해자가 없고 횡령한 돈도 결국엔 회사를 위해 썼으며 수자원공사측에 돈을 건넨 혐의도 확인되지 않아 불구속 수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1일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검찰은 2002년 8, 9월 수자원공사가 발주하는 한탄강댐 공사 입찰 경쟁에 참여한 현대건설측에서 공사 수주 관련 청탁 대가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22일 고석구 수자원공사 사장을 구속 수감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