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워런 오스본과 브랜디 린 델루(여)가 23일 오후 어린이들에게 전통무예인 수박도를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운동은 내면의 수양이 중요하기 때문에 엄격한 예절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동영기자
미국에서 한국 전통무술인 수박도(手搏道)를 배운 미국인이 경기 고양시에서 한국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주인공은 워런 오스본(25)과 브랜디 린 델루(23·여).
수박도는 고구려시대부터 유래된 우리의 전통무예. 1945년 고(故) 황기 선생이 체계화했으며 1957년부터 주한미군을 상대로 보급한 것이 계기가 돼 전 세계로 퍼졌다. 지금은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태권도와 유사하지만 손기술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오스본씨와 델루씨는 미국에서 12년간 수박도를 배워 각각 공인 4단과 3단. 이들은 이달 초부터 고양시 일산구 주엽동 무덕관에서 자원봉사로 한국 어린이들에게 수박도를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지도를 시작하기 전 어린이들에게 사범에 대해 깍듯이 예의를 표하게 하고 국기에 대한 경례도 반드시 시킨다.
오스본씨는 “수박도는 단순히 운동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자신을 다스리는 내면의 수양을 하도록 지도하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엄격한 예의범절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델루씨는 미국인에게 수박도를 배웠지만 그 사범 역시 엄격한 한국식 예의범절을 강조해 익숙해졌다고 한다.
각각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주에 사는 이들은 한국에 오기 전에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 직장을 얻기 전 한국어와 수박도를 체계적으로 익히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이들은 내년 초 미국으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수박도를 전파하고 싶다고 했다.
오스본씨는 “여자친구가 한국행을 반대했지만 무예를 넓히고 한국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말했다.
델루씨는 “어린이들이 미국인에게 수박도를 배우는 것을 재미있어 한다”며 “한국을 더 많이 배워 많은 미국인에게 좀 더 정확한 수박도를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