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홈페이지 돌풍을 일으킨 싸이월드의 가입자가 얼마 전 1000만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입니다. 저는 작년 11월부터 싸이를 운영해 왔으므로 초기 가입자 축에 속합니다만 싸이가 대단한 줄은 최근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첫 출근하던 지난달 30일 저는 컴퓨터를 지하철에 놓고 내렸습니다. 기자들은 업체들로부터 늘 많은 전화를 받는데 그날따라 아침부터 전화가 폭주한 탓입니다.
한참 통화를 하다 시청역에 내린 순간 컴퓨터를 선반 위에 둔 사실이 생각났습니다. 역무실로 달려가 사고 신고를 했습니다. 지하철 역간 연락체계는 잘 갖춰진 편이어서 오전 9시경 시청역을 통과한 성북행 열차를 알아내, 통과가 예상되는 역에 연락해서 컴퓨터를 찾아보라고 하긴 쉬운 일이었습니다.
시청역 근무자들은 “곧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고 저도 마음 편하게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연락 온 결과 컴퓨터는 없었습니다. 저는 혹 다른 열차일지도 모르니 다시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2시간에 걸친 노력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는 없었습니다.
너무도 당황해하며 회사로 들어와 대체 컴퓨터를 빌리는 절차를 밟고 있을 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컴퓨터 가방을 주웠다”고 했습니다.
성북역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만나보니 두 명의 학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컴퓨터를 찾은 것만 반가웠는데 점점 궁금해지는 것이었습니다. 명함도 없는데 어떻게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 연락했을까?
학생들의 대답이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제 컴퓨터에는 명함 대신 제 이름이 새겨져있는데 그걸 보고 싸이월드에서 제 이름을 찾아내 홈페이지를 방문한 뒤 기자인 것과 연락처를 알아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때 인터넷 업계를 출입했던 저로서는 ‘사이버 커뮤니티’에 대해 글은 자주 썼지만 그 커뮤니티가 바로 현실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이번 경험으로 실감하게 됐습니다. 이제 블로그로 상거래를 지원하는 사이트도 생기고 있습니다. 앞으로 블로그가 어떤 모양으로 진화할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하임숙 경제부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