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성형외과에서 새로운 성형기법의 임상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간편한 성형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의사가 회견장에서 시범수술을 선보였다.
모델이 임시 수술대에 올랐다. 의사는 모델의 콧등 위쪽을 가리키며 “이 부분을 높이면 얼굴이 확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의사는 모델의 콧속에 주사기를 넣고 빼면서 무언가를 조금씩 ‘이식’했다. 수술은 20여분 만에 끝났다. 여기저기서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의사가 장담했던 것처럼 모델의 얼굴이 정말 ‘달라졌기’ 때문이다.
놀라운 장면이 또 있다. 수술용 칼이 단 한번도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누구나 ‘성형수술’ 하면 으레 수술용 칼을 떠올린다. 얼굴성형을 한 사람에게 “너, 얼굴에 칼 댔지”라고 묻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성형수술에서 칼을 사용하는 일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얼굴에 칼 댔다’는 표현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 같다. 칼을 쓰지 않는 대표적 얼굴 성형기법을 소개한다.
▽지방 이용한 성형=이 기자회견장의 시범수술은 ‘콜만식 지방이식 성형수술’이다. 아랫배 또는 허벅지에서 빼낸 지방을 코, 뺨, 턱, 이마 등에 집어넣는 방법이다.
자신의 지방조직을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 없이 쉽게 뼈나 피부에 달라붙고 외형상 수술한 ‘티’가 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 20여분 만에 수술이 끝나고 부기도 적어 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아름다운나라 성형외과에서 최근 이 방법으로 코를 높인 1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7%가 수술 결과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다만 1회 수술로는 원하는 모양을 얻을 수 없고 4주마다 3회 정도 반복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단점이다. 비용은 첫회 120만원선. 2, 3회는 각각 30만원 정도다.
▽실로 주름 제거=다른 신체 부위와 달리 얼굴의 뺨, 눈가, 이마 등은 피부특수층(SMAS)이란 연결조직이 피부층과 근육층을 잇고 있다.
SMAS가 근육을 팽팽하게 당기면 피부 역시 팽팽해진다. 반면 SMAS가 느슨하게 처지면 피부는 쭈글쭈글해진다. 바로 주름이 생기는 것이다.
이때 특수 실을 이용해 피부 안쪽에서 늘어진 SMAS를 빙빙 돌려 잡아당긴다. 다시 팽팽하게 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피부 주름을 제거할 수 있다. 20∼30분이면 시술이 끝나며 3일 만에 부기는 빠진다. 부분마취로 시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시술 과정에서 너무 많이 SMAS를 당겼을 때 피부에 실의 자국이 생기는 단점이 있다. 간혹 얼굴에 팩을 한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표정이 될 수도 있다.
보통 1회 시술에 250만원 정도가 든다. 그러나 부위와 주름 정도에 따라 가격은 1000만원에 이를 수도 있다. 이마의 깊은 주름을 제거할 때는 400만원 이상 소요된다.
▽주사성형 대중화=얼굴의 입체감을 살리려면 과거에는 피부를 절개한 뒤 딱딱한 보형물이나 실리콘을 넣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사로 젤 형태의 보충제제를 삽입하는 방법이 널리 쓰이고 있다. 주로 입술을 도톰하게 하고 뺨이나 이마를 넉넉하게 하고 싶을 때 주사성형을 많이 한다.
시술이 간편하고 보형물을 삽입했을 때 가장 큰 부작용인 염증반응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시술 후에 별로 붓지 않는 것도 이점. 다만 보충제제가 몸 안에서 3개월∼2년이면 자연분해 되기 때문에 다시 주입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동안 가장 많이 사용됐던 콜라겐은 3개월, 레스틸렌은 1년 정도 효과가 유지된다. 최근에는 효과가 더 오래 가는 보충제제들이 많이 출시됐다. 인터폴, 아쿠아미드, 펄레인 등이 대표적으로 길게는 3년까지 효과가 유지된다.
가격은 보충제제별로 약간씩 다르지만 대체로 1회 주사에 100만∼150만원선. 또 보충제제별로 입자 크기가 달라 사용되는 부위가 약간씩 다르므로 사전에 의사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
(도움말=아름다운 나라 성형외과 김진영 원장, 엔제림 성형외과 심형보 원장, 이원석 성형외과 이원석 원장)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미세한 구멍 4개 뚫어 감쪽같이 쌍꺼풀 시술▼
칼을 대지 않는 성형수술은 쌍꺼풀 수술에서부터 시작됐다.
3, 4년 전부터 국내에 도입된 ‘퀵 성형’ 또는 ‘쁘띠 성형’이 바로 그것. 의사들은 이 방법을 ‘매몰법’이라 부른다.
우선 눈두덩 부위에 4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는다. 이어 구멍에 실을 넣어 위쪽으로 잡아당겨 쌍꺼풀 선을 만든다. 최근 일부 클리닉에서는 구멍 수를 2개로 줄인 방법도 선보였다.
눈두덩 부위에 칼을 대는 ‘절개법’과 비교했을 때 매몰법의 장점은 많다.
무엇보다 시술이 간단해 부작용이 적다. 양쪽 쌍꺼풀을 모두 수술했을 때 30분∼1시간이면 충분하다. 부기도 1, 2일 이내에 사라진다. 반면 절개법은 수술시간만 2시간 이상 걸리며 일주일 이상 수술 부위가 부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격도 저렴하다. 양쪽 쌍꺼풀 수술비용은 절개법이 130만∼170만원인 반면 매몰법은 100만∼120만원 정도다.
반면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매몰법의 단점이다. 매몰법은 주로 눈꺼풀이 얇은 사람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만약 눈두덩 주변의 피부 조직이 두껍거나 지방이 많은 사람, 또는 눈을 뜨는 근육의 힘이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매몰법을 썼을 경우 실이 느슨해지거나 풀릴 확률이 30% 정도 된다. 이런 사람들은 절개법으로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눈두덩의 지방을 빼낸 뒤 매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