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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약심 사실아닌 근거로 PPA 판매금지 늦춰

입력 | 2004-10-25 17:47:00


뇌중풍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페닐프로판올아민(PPA) 감기약의 판매 허용을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2001년 2월과 4월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이 사실과 달리 "대체할 약이 없다"며 PPA 감기약 판매 금지에 반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의 약사(藥事) 관련 자문기구로, 식약청은 PPA 안전성을 평가한 이 위원회가 내린 결론에 따라 2001년 7월 하루 최대 PPA 복용량이 100mg 이하인 감기약 복합제의 판매를 허용했다.

이 같은 사실은 본보가 25일 입수한 2001년, 2002년의 'PPA 관련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 4건을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회의록에 따르면 2001년 2월 14일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약효 및 의약품 안전대책분과위 회의에서 A위원(약대 교수)은 "대체약이 없으므로 (PPA) 완전 사용금지는 불가하다"고 말했다. B위원(약대 교수)도 "코 감기약으로 쓸 대체약이 없다"고 주장했다. 7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이에 대해 반론을 편 위원은 없었으며, 회의 결론도 'PPA 감기약은 계속 허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내려졌다.

그러나 PPA 대체성분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PPA보다 안전성이 높은 대체성분인 '슈도에페드린'이 수십년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사용돼 당시 대체성분 공급은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PPA 2차 회의(2001년 4월 19일)에서도 "감기약에 널리 쓰일 만한 대체약이 없는 상태"(C위원)라는 주장은 계속됐다. 단 D위원만이 "대체약인 슈도에페드린도 부작용은 마찬가지"라고 말해 대체성분의 존재를 처음 언급했으나 "부작용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2000년 11월 식품의약국(FDA)의 PPA 금지 이후 슈도에페드린이 PPA 대체성분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건강 사회를 위한 약사회' 천문호(千汶浩) 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사안을 논의하는 전문가 심의가 부실하게 진행돼 국민만 4년 가까이 심각한 부작용에 노출됐다"며 "앞으로 위원회의 회의 결과를 인터넷에 모두 공개하고 시민사회단체의 추천을 받아 위원들을 위촉하는 등 위원회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2002년부터 2년여간 실시한 PPA에 대한 국내 연구 결과에서도 부작용 우려가 거듭 제기되자 올해 7월말 PPA 성분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당시 식약청의 늑장 조치를 두고 제약회사의 로비의혹 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음은 회의록 문건 내용.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PPA 관련 1차 회의)

1. 회의명 :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약효 및 의약품 등 안전대책분과위원회

2. 일시 : 2001. 2. 14 (14:00)

3. 장소 : 국립보건원 2층 회의실

4. 안건 : "페닐프로판올아민(PPA)"의 안전성 정보 평가

5. 회의록

-담당자 : 제안사유 설명

-위원장 : 전문가 의견부터 청취

-ㅇㅇㅇ : 국내에 PPA 함유 제제 복용으로 인한 뇌졸중 발생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음. 예일대 연구결과에 Odds Ratio는 나와 있으나 부작용과 의약품간의 인과관계는 명확치 않음. 환자의 기억력을 토대로 한 연구라 부정확한 면이 있음.

-ㅇㅇㅇ : 우리나라에 왜 뇌졸중 환자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는가.

-ㅇㅇㅇ : 우리나라의 뇌졸중 환자는 대부분 고령. 고혈압에 의한 인식이 부족하여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봄. 미국의 경우 연구결과에 의하면 고혈압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경우는 25% 이하라고 함. 우리나라는 이보다 더 떨어질 것임.

-ㅇㅇㅇ : 감기약은 아플 때 4~5일 정도 먹고, 식욕억제제로는 장기 복용할 것임.

-ㅇㅇㅇ : 예일대 연구결과 요약표를 보면 연관성이 거의 없다고 보임. 일본의 조치가 타당하다고 생각함. 코 감기약으로 쓸 대체약이 없음. PPA를 계속 사용하여 왔고 연구결과도 부정확하다고 생각함.

-ㅇㅇㅇ : 국내 연구방법이 있는가.

-ㅇㅇㅇ : 출혈성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가능하리라고 봄.

-ㅇㅇㅇ : 대체약이 없으므로 완전 사용금지는 불가. 식욕억제제와 고용량 제제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 용량을 줄이면 위험성이 거의 없으리라고 봄. 소비자에게 무조건 못쓰게 할 것이 아니라 얼마나 유용하게 쓰도록 할 것이냐를 고려해야 함.

-ㅇㅇㅇ : 식욕억제제만 사용 규제하였으면 함.

-ㅇㅇㅇ : 미국에서 PPA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것도 젊은 여성이 뇌졸중으로 입원하는 사레가 있었기 때문.

-ㅇㅇㅇ : 보통 복합제의 경우 과량 복용이 불가. 감기약으로 쓰는 건 규제할 필요가 없지 않나.

-ㅇㅇㅇ : 미국 FDA의 발표 이후 국민 정서도 있고 일본 조치만을 따르기는 부족. 뚱뚱한 사람 등 기본적으로 뇌졸중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이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므로 식욕억제용은 규제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감기약은 1일 최대복용량 100mg을 기준으로 규제.

-ㅇㅇㅇ : 연구결과에 보면 75mg을 기준으로 위험성 평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체중이 작은 점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ㅇㅇㅇ : 예일대 연구는 임상시험이 아니고 또는 연구대상도 적음

-위원장 : 회의결과 정리. 식욕억제용 제제, 단일제 및 1일 최대복용량이 100mg을 초과하는 복합제의 사용은 금지하고 기타 제제에 대해서는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소비자에게 뇌졸중 위험성을 경고토록 하는 것이 타당함.

-ㅇㅇㅇ : 장기간 복용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내용도 명시.

-ㅇㅇㅇ : 여성에서 특히 문제가 생기고, 식욕억제제로 사용시, 첫 번째 복용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 추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PPA 관련 2차 회의)

1. 회의명 :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약효 및 의약품 등 안전대책분과위원회

2. 일시 : 2001. 4. 19 (16:00)

3. 장소 : 국립보건원 2층 회의실

4. 안건 : "페닐프로판올아민(PPA)"의 안전성 정보 평가

5. 회의록

-담당자 : 제안사유 설명

-위원장 : 위원별 검토 의견 개진 요청

-ㅇㅇㅇ : 지난번 회의의 결론이 PPA의 유익성이 위험성을 상회한다고 본 것이고, 1일 최대복용량이 75mg이냐 100mg이냐 하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보았음. 미국에서는 75mg씩 두 번 복용하는 등 우리나라에 비해 과량 복용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ㅇㅇㅇ : 뇌졸중이 한 번 발생하면 치명적이므로 발생 확률이 낮더라도 신중히 대처해야. 위험성 여부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용량을 가능하면 줄이는 것이 안전할 수 있음.

-ㅇㅇㅇ : 대체약이 마땅치 않음. 과거 50년 동안 별 문제없이 널이 사용해 왔다는 것은 이 약이 필요하다는 증거.

-ㅇㅇㅇ : 뇌졸중의 발생 빈도는 나라마다, 뇌졸중 종류마다 다름. 우리나라에서는 ICH(intracranial hemorrhage)의 비율이 20~30%로, 발생 빈도는 점점 줄고는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높은 비율 차지. ethnic difference를 고려했을 때도 가능하면 국내 최대 용량을 낮추는 것이 타당.

-ㅇㅇㅇ : 예일대 연구의 접근방법에 모순 있음. 판단하기 어려운 방법 사용. 계속 사용하기로 하였다면 1일 최대허용량을 75mg으로 하느냐, 100mg으로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음. 예일대 연구 데이터를 보면 7mg 투여시에도 뇌졸중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한계 용량을 어떻게 설정하든 개체차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음. 현재 미국에서도 FDA의 조치가 성급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음. 감기약에 널리 쓰일 만한 대체약이 없는 상태에서 지난번 회의 결과를 수용할 수밖에 없음. 앞으로 case study 등 국내 연구를 더 해서 최종 판단을 하면 되지 않는가.

-ㅇㅇㅇ : 식욕억제제의 사용제한은 타당. 감기약은 일시적으로 복용하는 것이고, 장기간 복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성급하게 제한하기보다는 지난번 회의 결과대로 하는 것이 타당. 국내 연구해 보고 필요시 추가조치 가능.

-ㅇㅇㅇ : 동감. 예일대 연구결과를 분석해 보면 부작용 발현이 dose-dependent하다는 증거가 확실치 않음. 대체약인 슈도에페드린도 부작용은 마찬가지. 원래부터 식욕억제제를 장기간 고용량 사용한 것이 문제지 감기약은 문제가 아니지 않나.

-ㅇㅇㅇ : 미국은 1회 75mg, 1일 2회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 예일대 연구의 용량 선정도 좀 성급, 졸작이 아니었나.

-ㅇㅇㅇ : 영국, 일본의 조치가 타당. 사용상 주의사항을 강화하면 안전할 것임.

-ㅇㅇㅇ : SAH(subarachnoid hemorrhage)의 원인은 대부분 뇌상이나 기질적 원인임. 연구결과 요약표를 보면 감기약으로 복용한 사람의 수는 매우 적으며, 3일간 복용한 양이나 마지막 복용 후 부작용이 나타나기까지 걸린 시간을 보아도 용량과는 아무 상관없음. 과연 PPA가 SAH의 직접적인 원인인가 하는 부분도 의심스러움. 일본, EU의 조치를 따라도 괜찮을 것임.

-ㅇㅇㅇ : 감기는 대단한 질병이 아니나 뇌졸중은 한 번 걸리면 치명적. 위험성이 적다해도 조심해야. 우리나라 사람은 체중도 적으므로 용량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

-ㅇㅇㅇ : 예일대 보고를 다 따를 수는 없으나 뇌졸중은 위험한 질병. 젊은 사람이 걸리면 평생 장애를 안아야. 어차피 PPA는 대중요법제일 뿐이므로 가능한 최소용량만 사용하게 해야. 용량 의존적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도 없지 않은가.

-ㅇㅇㅇ : 식욕억제제로의 사용도 제한하고, 부작용 집중 모니터링도 추가 실시하고 뇌졸중 위험성 경고를 추가하는 지난 약심 회의 결과가 타당.

-ㅇㅇㅇ : 부작용 발현이 용량 의존적이지 않다는 것이 중요. 100mg과 75mg의 차이가 크지 않으므로 그 위험성에 있어서도 크게 차이가 없을 것임. 젊은 사람에서 SAH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더 많은 case가 필요함.

-ㅇㅇㅇ : 국내에서 PPA를 감기약으로 복용하고 뇌졸중이 발생한 사례가 있는가.

-ㅇㅇㅇ : 감기약으로 복용 시 발생한 사례는 보고된 바 없고, 10대 여성이 식욕억제제 목적으로 과량을 복용하고 급성으로 혈압이 상승하여 고혈압성 뇌증이 발생한 사례가 신경학회지에 보고된 적이 있으며 자료를 찾아서 식약청에 송부하겠음.

-ㅇㅇㅇ : 미국에서는 75mg씩 2회 복용하는 것이 주요 복용패턴이므로 75mg을 기준으로 평가해 본 것일 뿐임.

-ㅇㅇㅇ : 감기약으로 복용 시의 관련성 자료를 추가로 찾아보겠음.

-ㅇㅇㅇ : 용량 거론은 의미 없음. 미국에서도 감기약 사용 금지는 논란.

-ㅇㅇㅇ : 예일대 연구에 의하면 최초 복용 시 위험성이 높았음. 이것은 원래 기질적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들이 복용했기 때문이 아닌가. SAH에 걸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혈관이 정상보다 얇음. 여성에서 뇌졸중 발생률이 높았다는 것도 혈관 벽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 영향 아닌가.

-ㅇㅇㅇ : 자신이 위험요인을 가졌는지 대부분 모름. 그러니까 더 위험한 것 아닌가.

-ㅇㅇㅇ : 하지만 그것이 75mg은 괜찮고 100mg은 안된다는 건 아님.

-ㅇㅇㅇ : 그렇게 따지면 이 계열약은 거의 위험성이 있음.

-ㅇㅇㅇ : PPA가 부작용이 있다는 것은 많이 얘기되어 옴. 뭔가 불명확하지만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면 가능한 한 통제해야.

-ㅇㅇㅇ : PPA가 뇌졸중 발생 위험성이 있다는 보도 이후 많은 의사들이 사용을 꺼리는 상태.

-ㅇㅇㅇ : 사실 부작용을 걱정한다면 모든 약을 쓰지 말아야 할 것임. 최초 사용시 부작용이 많이 발생했다면 더더욱 용량과 관계없다는 반증이며, 75mg이냐 100mg이냐 하는 논쟁은 의미 없음.

-ㅇㅇㅇ : 예일대 연구 자체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함. 게다가 식욕억제제 및 단일제의 사용을 제한하게 되면 감기약 복합제만 남게 되는데 복합제의 경우는 다른 성분의 부작용을 우려해서라도 과량 복용을 기피하게 되지 않은가. PPA는 꼭 필요한 약임. 따라서 지난번 회의결과가 타당함.

-위원장 : 위원별 의견은 충분히 개진되었다고 봄. 일부 다른 의견들도 있으시나 다수가 지난 회의결과가 타당하다는 의견들임. 회의결과 정리. 지금까지 논의된 의견들을 토대로 2001. 2. 14자 회의결과가 타당함을 재확인함.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