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권은 핵무장 北보다 자유언론을 더 큰 위협 간주…北이 간첩을 보내 공작해도 더 이상 잘할 수 없을 만큼 김정일이 할 일을 해냈다'
‘북한 정권의 지저분한 일을 (대신)하다(Doing Pyongyang's Dirty Work).’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25일자 사설 제목에서 열린우리당의 언론관계법 개정 등 4대 개혁입법 추진을 이렇게 표현했다.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보요원을 보내 공작을 해도 더 이상 잘할 수 없을 정도로 김 위원장이 할 일을 열린우리당이 대신 해냈다”는 것이다. 다음은 요약.
열린우리당의 법안들을 읽어보면 마치 평양에서 쓴 것 같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북한 정권의 주장을 펴는 것에 대한 규제는 사라지고 주요 일간지의 정권 비판을 무력화하려는 노력은 강화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핵무기로 무장한 김정일 정권보다 자유언론을 더 위협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
열린우리당의 언론법안은 독재 전체주의 사회의 폐해를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처럼 언론자유를 지지한다고 하면서 실은 역동적인 한국 언론을 억압하려 한다.
정부가 개입해 판매량을 60%, 30% 등으로 억제하려는 이 법안을 마련한 이들은 자유시장의 개념을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편집권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조항조차도 정부가 법으로 강제한다는 점에서 과연 건강한 일인지 모르겠다.
열린우리당은 언론에 족쇄를 채우려는 반면 북한 정보원들의 일은 쉽게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 열린우리당의 안처럼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 군사기밀을 평양에 알려줘도 처벌할 수가 없게 된다.
다행히 국민의 70% 이상이 폐지에 반대하고 있어 이런 법안이 당장 통과될 것 같지는 않지만 한국 정부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알 만하다.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같은 시도를 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북한이 할 지저분한 일을 한국 정부가 기꺼이 떠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김정일 정권은 샴페인을 터뜨릴 만하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