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는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초청 강연회에서 북한핵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연합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는 25일 북한 핵 문제의 해법에 관해 “6자회담 틀 내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 과정에서 중재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힐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초청 강연회에서 “6개국이 동등하게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며, 미국은 이 같은 해결책에 굳은 의지를 갖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재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힐 대사의 언급은 북-미 양자협의에 대한 미국측의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중국과 한국의 역할에 일정한 선을 긋는 의미로 풀이돼 주목된다.
힐 대사는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용의가 있느냐는 물음에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국제사회가 체결한 모든 관련 협약을 위반하는 것이고 국제사회를 조롱거리로 만들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북한에 대한 광범위한 경제지원 요구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북한의 대가가 있어야 하는데 바로 핵 포기와 인권 보호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규범 준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해 “미국은 군사적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그 어떤 의도도 절대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동시에 필요하다면 한국을 방위하기 위해 모든 것을 사용할 용의가 있고,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힐 대사는 “미국은 개성공단 사업의 성공을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왔다”면서 “그러나 개성공단 사업이 북한경제를 개혁할 수 있지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는 만큼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