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사숭모회 연구위원인 문성재 박사가 25일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중국 작가가 쓴 희곡 ‘망국한전기’ 복사본을 펼쳐 보이고 있다. -권주훈기자
안중근(安重根)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저격 직후 이에 감동 받은 중국인 작가가 안 의사의 의거를 소재로 쓴 희곡이 발견됐다.
‘안중근의사숭모회’는 중국 작가이자 언론인인 궁사오친(貢少芹)이 1910년 말부터 1911년까지 쓴 희곡 ‘망국한전기(亡國恨傳奇)’의 원본을 발견했다고 25일 밝혔다.
숭모회는 이 희곡 사본을 26일 오전 10시 서울 남산공원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열리는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95주년 기념식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이 희곡은 안중근의사숭모회 연구위원인 문성재(文盛哉·서울대 중국문학 강사) 박사가 중국 난징(南京)대 도서관에서 발견해 원본을 복사한 뒤 국내에 가져 왔다.
문 박사는 “이 희곡은 궁씨가 중국 신문 중서보(中西報)와 광익총보(廣益叢報)에 각각 2개월에 걸쳐 연재한 것을 1911년 단행본으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일본은 만주를 호시탐탐 노리던 시기로 중국 지식인이 중국인의 각성을 촉구하고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중국인이 아닌 안 의사의 의거를 소재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 희곡은 총 71쪽이며 표지가 떨어져 나가 갈색 크라프트지로 표지를 대신한 가로 13cm, 세로 19cm 크기의 단행본. 첫 장에는 안 의사의 초상화가 실려 있으며 본문 내용은 총 66쪽으로 구성돼 있다. 이 희곡은 1930년대 중국에서 연극으로 공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박사는 “지금까지 외국인이 안 의사의 의거에 관해 전기 등을 쓴 것은 1920년대부터로 알려져 왔다”며 “이 희곡의 존재는 당시 안 의사의 의거가 발생 직후부터 주변국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박사는 또 “국내에조차 안 의사의 의거를 다룬 희곡이 없는 실정인데 당시 중국인이 희곡을 만들었다는 점도 흥미롭다”고 말했다.
안중근의사숭모회 최명재(崔明在) 사무국장은 “원작자는 안 의사의 인품과 의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는 한편 당시 조선 위정자의 부패 무능과 망국적인 당쟁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을 가하고 있다”며 “내년 초에 이 작품을 실제로 무대에 올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진한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