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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차기회장은 이건희?

입력 | 2004-10-26 16:08:00


강신호(姜信浩)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내년 2월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을 추천하면서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호(號)'의 새 선장이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 회장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이 회장이 1999년 10월 폐암 치료를 시작하면서 '앞으로 5년간 그룹경영 이외에 대외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올해로 5년이 끝난다"면서 이 회장을 후임으로 강력 추천했다. 또 이 회장이 '재계 1위 그룹'의 총수이며 나이도 62세로 최고의 적임자라는 점도 강조했다.

최근 이 회장이 삼성미술관 '리움(Leeum)' 개관식을 대대적으로 열고 전경련 회장단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에 초청해 모임을 갖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차기 회장에 취임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한다.

2000년 2월 김우중(金宇中) 전 회장이 물러났을 때, 2003년 2월 김각중(金珏中) 전 회장, 11월 손길승(孫吉丞) 전 회장이 물러날 때마다 이 회장이 후임자로 거론됐지만 분명한 거절의 뜻을 밝혔고 지금도 전혀 입장의 변화가 없다는 것.

이 회장이 끝까지 회장직을 고사할 경우 새 회장을 찾는 작업은 어려움에 빠질 전망이다.

재계 2위인 LG그룹의 구본무(具本茂) 회장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초기 정부와 전경련이 함께 주도한 '빅 딜'로 LG반도체를 포기한 뒤 전경련과 담을 쌓고 지내고 있다.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자동차 회장도 여러 차례 거절의 뜻을 밝혔다.

최태원(崔泰源) SK㈜ 회장은 너무 젊은데다 'SK글로벌 사태'등의 여파를 고려할 때 회장직을 맡기는 어려운 상황. 이 때문에 김각중 전 회장이 물러날 때 물망에 올랐던 조석래(趙錫來) 효성그룹 회장이 다시 거론되고 있지만 본인의 의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A대기업 임원은 "수시로 대통령과 만나 경제 문제를 상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지금처럼 재계와 정부의 관계가 불편하고 '말이 안 먹히는' 상황에서 어느 기업 총수가 부담을 감수하며 회장직을 맡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내년 2월 물러날 뜻을 밝힌 강 회장의 연임 가능성 등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끝내 후보를 찾지 못하면 정부와 큰 대립 없이 전경련을 이끌어온 강 회장이 2년 더 맡거나 다른 '원로급' 기업인이 회장직을 승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