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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더십]태평양 서경배 사장

입력 | 2004-10-26 16:28:00


태평양 서경배 사장은 ‘브랜드 파워’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그는 수시로 브랜드가 바뀌던 국내 화장품 시장의 관행을 깨고 97년 사장에 취임한 뒤 신생 브랜드이던 ‘라네즈’ ‘아이오페’ ‘헤라’ ‘설화수’를 ‘장수 브랜드’로 만들도록 지시했다.

“샤넬 등 해외 브랜드와 경쟁하려면 파워 있는 장수 브랜드가 있어야만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마침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에 외제 화장품들이 한국시장을 본격 공략했다. 하지만 태평양의 브랜드들은 각자 1000억∼3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외제 화장품 회사의 전체 매출을 뛰어넘고 있다.

서 사장은 태평양이 ‘화장품 전문 기업’으로 모양을 갖추는 데도 앞장섰다.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태평양은 1970∼1980년대에 생명보험사 패션회사 증권회사 농구단 야구단 등 ‘본업’과 관계없는 다양한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했다. 1994년부터 그룹 기획조정실 사장을 맡았던 그는 화장품과 관련 없는 자회사는 모두 정리했다. 한 발 앞선 구조조정 덕분에 태평양은 1998년 경제위기 때도 큰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 그가 요즘 해외 진출에 관심이 많다. 수년간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해외시장 공략 성공법을 마침내 터득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은 홍콩과 상하이를 통해서, 프랑스는 향수로, 미국은 한국 고유의 미용법을 바탕으로 한 스킨케어 제품으로. 이것이 태평양의 세계 공략 전략이다.

“‘13억의 소비시장’이라는 중국은 1990년대 초반에 들어갔지만 재작년에서야 겨우 감을 잡았다. 화교권 유행의 창(窓)이 바로 홍콩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시장은 현지인의 감각으로 현지에서 만든 향수 ‘롤리타 렘피카’가 성공하면서 7년간의 시행착오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서 사장은 요즘 태평양이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