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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대표 조기해제 시사]“투기과열지구만 풀리면…”

입력 | 2004-10-26 17:28:00

애걸을 해도부산의 한 건설업체가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모델하우스 앞에 ‘계약금 환불’ 같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 26일 지방의 투기과열지구 조기 해제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의 ‘투기과열지구’ 해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투기 현상이 없는 지방의 경우 투기억제제도를 조기에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천 대표는 “투기억제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이제는 위축된 부동산거래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이를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택업계도 “지방 아파트 시장이 고사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에 조속한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는 분양권 전매를 제한해 아파트 분양과 거래 시장의 열기를 식히는 제도.

텅빈 모델하우스
부산 수영구의 텅 빈 모델하우스. 올해 들어 계속 수요자들의 발길이 뜸하다. 신규 분양분의 80% 이상이 미분양가구로 남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서울 전 지역이 2002년 9월에 이미 지정됐고 지난해 10·29대책이 나오면서 광역시와 경남 일부 지역으로 확대됐다.

최근 투기과열지구 해제에 대한 분위기와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해제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제 가능성 한결 높아져=천 대표가 조기에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투기억제제도는 사실상 투기과열지구다. 주택투기지역은 올해 8월 20일 부산 북구 해운대구, 대구 서구 중구 수성구, 강원 춘천시, 경남 양산시 등 7개 지역에서 해제됐다.

투기과열지구제도 운영 부처인 건설교통부는 조기 해제에 비교적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강동석(姜東錫) 건교부 장관은 건설 주택업계와의 간담회에서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도록 노력해 보겠다”는 대답을 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하지만 해제에 대한 반론도 재정경제부 등 정부 부처 내외에서 적지 않다.

해제 조치가 자칫 부동산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 의지가 약해졌다는 신호로 잘못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집값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에서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효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지방 주택시장 침체 심각=올해 4월 분양공고가 나간 부산 해운대구 중동의 K아파트는 초기 계약률이 5%에 불과해 며칠 안 가 사업이 중단됐다. 광안동 H아파트도 초기 계약률이 5%를 밑돌아 분양을 중단했다가 최근 재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들어 공급된 아파트 가운데 계약률 50%를 넘긴 곳은 사직동 쌍용 스윗닷홈을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들다. 부산의 한 아파트 분양소장은 “내년 초에 입주 포기 사태가 잇따를 수 있다”며 “미분양과 대량 미입주가 겹치면 부산의 주택시장은 회복불능의 위기에 빠져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광주 역시 부산과 사정이 비슷하고 대구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부동산 시장 살아날까=부산 광주의 경우 지역 주택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급한 불’은 끌 수 있어도 ‘장기 침체’의 대세는 막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각 광역시청에 따르면 부산의 경우 9월 말 현재 5191가구, 광주는 4877가구의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있다. 10·29대책이 발효된 후인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부산은 1102가구, 광주는 3007가구나 늘어난 수치다.

부산에서는 투기과열지구 해제 효과를 노리고 이달 말부터 대형 업체들의 분양이 계획돼 있다. 롯데건설이 다대동에 ‘몰운대 1차’ 1984가구, SK건설이 용호동에 ‘오륙도 SK뷰’ 3000가구, LG건설이 용호동에 메트로자이 1149가구, 대우건설이 거제동에 ‘대우 월드마크 아시아드’ 299가구 등을 잇달아 분양할 계획.

분양대행사 ‘더 감’의 이기성 사장은 “건설업체들이 투기과열지구 해제만 바라보고 분양시점을 계속 늦추고 있어, 단기간에 공급물량이 소화되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