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의
최근 강원 평창군의 급경사 굴곡로에서 관광버스가 추락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런 유형의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계령 미시령 진고개 등 굴곡이 심하고 경사진 도로에서는 비슷한 유형의 대형 교통사고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교통사고의 원인규명 작업은 일차적으로 경찰의 몫이다. 그런데 경찰은 안전시설물 부족이나 안전시설 기준 미달 등 도로·환경의 요인은 제쳐두고 운전자나 차량에서 사고 원인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요즘은 자동차 기술이 많이 좋아져 차량 결함에 의한 사고는 줄고 있으니 거의 대부분의 사고가 운전자의 문제로 귀착되는 것이다.
선진국에는 ‘용서해주는 도로(Forgiving Highway)’라는 도로 개념이 오래전 도입됐다. 운전자의 작은 실수 정도는 용납될 수 있는 안전한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고 원인이 도로 때문이라고 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도로관리청, 즉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을 의식하기 때문인지 경찰은 이를 외면하는 현실이다.
선진국에서는 도로 관리 부실은 물론 설계 잘못 등도 그 책임을 지방자치단체나 도로관리청에 묻는 경우가 허다하다. 잘못 만든 도로 때문에 발생한 교통사고 피해보상을 정부가 해주다 보면 예산에 큰 부담이 간다. 그러니 예산 절감 차원에서라도 안전한 도로를 만들게 되고,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할 만한 지역에는 미리 안전시설물을 보강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고 원인을 운전 부주의 등으로 몰고 가니 도로 개선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다.
도로의 안전도를 수우미양가로 표시하고 ‘양급’ 이하로 판정된 ‘엉터리 도로’에 대해서는 교통사고 발생시 도로관리청이 일정 부분 피해를 보상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도로도 좋아지고, 사고도 줄 수 있다.
홍창의 관동대 교통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