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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법안 처리 양당 움직임]숨고르는 與 - 압박하는 野

입력 | 2004-10-26 18:45:00


▼숨고르는 與…대통령 시정연설 ‘경제’에 무게▼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 이후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법안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태도가 조금씩 유연해지고 있다.

일단 변화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4대 법안 등 ‘개혁’과 관련한 발언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또 국정운영의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열린우리당 내에서 고개를 든 시점과도 겹쳐 눈길을 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26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경제살리기와 개혁의 동시 추진을 강조했지만 연설의 3분의 2 이상을 경제문제에 할애했다.

당초 열린우리당은 국정감사가 끝나면 4대 법안 처리에 당력을 집중하고자 했으나 헌재 결정의 암초에 걸려 추진력이 상당히 약해진 상황이다. 한나라당과 4대 법안의 이해당사자 일부가 법안의 위헌성을 강하게 지적하고 나선 점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천 원내대표가 이날 주요 민생 개혁 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4당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구성하자며 타협의 손을 내민 것은 이러한 당 내외 환경을 반영한 결과다. 여당이 과반수 힘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야당의 말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먼저 보이고, 정국운영의 책임도 나누어 가지겠다는 의도다. 천 원내대표가 ‘경제를 위한 개혁론’을 강조하면서 민생과 개혁을 ‘동일 티켓’으로 삼은 것도 개혁을 앞세웠을 때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압박하는 野…대안법안 마련-위헌성 문제 제기 양면작전▼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4대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대안(代案) 법안 마련’ 및 ‘위헌성 문제 제기’라는 양면 작전을 구사할 방침이다.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26일 “4대 법안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4대 법안의 정략적인 성격을 밝히고 위헌성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국보법 폐지안에 맞서 당 차원의 개정안을 내고 대응하는 방안의 효용성을 따지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당이 국보법 폐지안을 계속 밀어붙일 경우 불가피하게 장외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25일 의원총회에서 “국민의 생각을 읽고 명분을 축적해 거리로 나가지 않을 수 없을 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국보법 폐지안을 제외한 사립학교법 개정안, 과거사 진상규명법안, 언론관계법안 등 3개 법안에 대해선 일단 국회의 관련 상임위에 대안 법안을 제출하고 법안 심사 과정에서 여당 법안의 부당성을 지적할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11월 정기국회가 ‘예산안 심의 국회’라는 점을 명분으로 내걸어 이들 법안에 대한 심사를 거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여당이 다수 의석으로 법안의 통과를 강행할 경우 이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