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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홈]현장에서/투기꾼만 이익 본 충청권 부동산

입력 | 2004-10-27 16:22:00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 이후 충청권 부동산 시장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원주민, 투자자, 중개업자, 건설업자 등을 가리지 않고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입장이 조금씩 달랐다. 다들 피해자일까, 혹시 이익을 본 사람은 없을까.

위헌 결정 직후인 23일. 충남 연기군 남면 일대는 추수가 한창이었다. 볏짚을 싣고 가던 한 농부는 “다 끝난 일인데 뭘…” 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의 말에서 심리적 허탈감이 엿보였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따라 몇달간 개발행위를 못한 ‘기회비용 상실’을 빼더라도 마음의 상처는 남는다.

토지 수용을 예상하고 대출을 받아 다른 농지를 사들인 농민이라면 큰 피해자가 된다. 보상비로 다른 사업을 준비했던 농민도 직접 피해를 봤다.

수도 이전 후보지 주변에 땅을 산 투자자도 대부분 피해자다. 토지 거래가 많았던 지난해는 2002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수도 이전 공약을 했을 때에 비해 이미 땅값이 꽤 오른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충청권 땅을 산 사람이 투자자 또는 투기꾼인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그들은 정부 정책을 믿고 경제행위를 했다가 낭패를 보게 됐다. 특히 정부가 수도 이전을 강행하던 올해 땅을 산 투자자는 상투를 잡은 셈이 됐다.

위헌 결정 이후 수도 이전 예정지 주변의 부동산중개업소는 대부분 문을 닫았다. 사실상 거래가 중단된 까닭이다. 연기군의 한 중개업자는 “땅 주인들이 갑자기 헐값에 땅을 팔 리도 없고, 땅 살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충청권에서 분양했던 건설업계도 이익을 장담하기 어렵다. 당분간 분양시장 침체가 예상되고, 이미 분양을 했더라도 완공 후 입주가 제대로 이뤄질지 불투명한 까닭이다.

아산시의 K부동산 관계자는 “전문 투기꾼들은 이미 떠났다”고 말했다. 2002년 대선 공약 당시 땅을 사 지난해 큰 이익을 남기고 되팔았다는 얘기다. 결국 수도 이전의 혼란 속에 이익을 본 사람은 발 빠른 전문 투기꾼밖에 없다.

기업도시, 공공기관 이전 등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은 중요하다. 다만 전문투기꾼만 배불리지 않으려면 섣부른 발표보다 신중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