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에 ‘바겐세일 상품’이 많아지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많아지면서 계약금을 깎아주고 중도금 대출을 무이자로 전환하며 사실상 ‘아파트 세일’에 나서는 건설업체가 많아지고 있은 것. 경매 시장에는 주택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실수요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내 집 마련 시기에 대해서는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를 적기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다만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에 오를 가능성은 적은 만큼 무리하게 구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중도금 무이자로 할인=월드건설은 8월 말 경기 광명시에서 분양했던 월드메르디앙 아파트의 분양조건을 9월 말에 변경했다. 당초 10%이던 계약금은 5%로 낮췄고 중도금 대출 이자도 ‘후불제’에서 ‘무이자’로 바꿨다.
이에 따라 분양가 3억600만원이던 32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추가로 내야 했던 1300만원 가량의 이자비용을 수요자들은 더 이상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월드건설은 이런 분양조건 변경으로 평당 약 40만원의 할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서울 양천구 목2동에 분양 중인 두산위브 아파트도 분양조건을 변경해 중도금 대출 이자를 회사가 대신 부담키로 했다. 발코니에 설치할 새시도 무료로 시공해주고 있다.
이들 미분양 아파트를 잘 활용하면 내 집 마련 전략의 선택 폭도 넓어진다.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 향후 경기가 풀려 청약 열기가 높아지면 인기 아파트에 청약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분양 아파트는 남아 있는 물량 중에서 동이나 호수를 수요자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8월 말 현재 5만584가구나 된다. 이는 2001년 4월 말 5만739가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닥터아파트 강현구 정보분석실장은 “가격 하락기에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역세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공략할 만하다”고 말했다.
▽경매 매물 지속 증가 추세=경매 매물이 많아지면서 경매를 통해 고를 수 있는 주택의 종류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도 2회차까지 유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실수요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 2회 유찰되면 최초 감정가의 64%에서 최저입찰가가 정해진다.
경매정보 제공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9월 서울지역 법원에서 경매에 부쳐진 물건은 총 3302건으로 전달에 비해 5.87%가 증가했다. 이 중 연립 및 다세대 주택이 가장 많은 1682건으로 전달에 비해 10.66%가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5%나 늘어난 수치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경매 물건 수도 598건과 210건으로 집계돼 전달에 비해 각 10.74%와 15.38% 늘었다.
경매의 가장 큰 매력은 싸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 최근 매물이 늘어나면서 이런 장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9월에도 서울 주택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하락해 연립 및 다세대 주택의 낙찰가율은 68.49%, 아파트는 78.04%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기 경매 때는 조심할 것이 있다. 바로 감정가에 대한 평가다. 통상 감정가는 경매 개시 3∼6개월 전에 결정되므로 경매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시세가 더 하락했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입찰 직전 시세 파악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디지털태인의 이영진 기획팀장은 “낙찰가의 7.8% 정도인 경매 비용 등을 감안하면 최소한 시세의 80% 이하로 낙찰 받아야 싸게 구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빌라’는 어떨까=서울 강남권의 고급주택 수요자라면 ‘빌라’를 분양받는 것도 방법. 강남구, 서초구 등의 아파트 분양가격이 평당 2000만원에 육박하지만 고급빌라는 평당 1100만∼1300만원선에 공급되고 있다.
대우건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분양중인 ‘대우 멤버스카운티’는 54∼68평형으로 평당 분양가는 1100만∼1200만원.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이 가깝고 가구당 1.8대의 주차공간을 갖췄다.
상지건영, SK건설 등이 강남권에 공급 중인 빌라도 아파트에 비해 마감 수준이 높은 반면 평당 분양가는 500만원 정도 저렴하다.
빌라전문업체인 에스타운개발 유지홍 사장은 “단지 규모가 큰 고급빌라는 투자가치도 있다”고 말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