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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전문가 진단]“납세자 소득능력 무시”

입력 | 2004-10-27 17:56:00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중에 내놓을 종합부동산세 도입 방안에 대해 세제(稅制) 및 주택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들의 의견은 △원칙적으로 도입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굳이 도입하더라도 대상 범위를 대폭 축소해야 하며 △보유세 강화와 함께 거래세 인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 모아진다.

특히 조세원칙의 근간을 흔드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정책수립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밀실(密室)’에서 이뤄지고 있는 탓에 납세자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종합부동산세의 문제점=서강대 김경환(金京煥·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도입하려는 방안은 납세자의 소득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1가구 1고가(高價)주택’을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퇴직 이후 별다른 소득 없이 집 1채가 자산의 대부분인 노령층과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 집 장만을 한 사람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영훈(魯英勳)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도 “그동안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 때문에 뜻하지 않게 집값이 오른 사람들은 이번 제도 도입에 따라 ‘투기자’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침체 가속=서울대 환경대학원 최막중(崔莫重·도시계획) 교수는 “정부가 투기를 잡겠다고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고 올해 재산세 부담까지 늘린 상황에서 내년에 종합부동산세까지 도입되면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시장이 관망, 동결, 냉각의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보유세는 기본적으로 지방세의 영역이었으나 정부가 개입해 국세(종합부동산세)로 걷겠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서는 ‘정책리스크(Policy Risk)’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아주대 현진권(玄鎭權·경제학) 교수는 “지금 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기 때문에 종합부동산세 도입으로 큰 변동은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세제 재조정 필요=노 연구위원은 “제도 도입의 취지가 불과 1, 2년 새 보유세제 강화, 투기 억제, 부동산가격 안정, 과세 형평 제고 등 다양하게 등장했다”며 “세제 정책의 목표는 1, 2개로 단순하고 명확해야 성공할 수 있지, 잡다해서는 어느 것도 해결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종합부동산세는 궁극적으로 ‘재산세 개념의 부유세’를 도입하자는 것”이라며 “선진국처럼 개인의 소득과 부채를 함께 고려하는 ‘순(純) 부유세’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 대출 등을 얼마나 안고 있을지 모르는 주택에만 도입하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현 교수는 “전국의 토지를 개인별로 합산해 누진과세하는 종합토지세를 국세와 지방세로 나누면 정부의 보유세제 강화 목표도 해결될 수 있다”며 “굳이 종합부동산세라는 새로운 세목(稅目)을 등장시켜서 세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납세자의 불안을 가중시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유세 강화를 하려면 거래세 인하와 동시에 이뤄져야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다”며 “단순히 보유세제 개편이 아닌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거래세를 내리겠다는 원론적인 방침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인하 계획이나 시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