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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편지]이상현/외국인유학생, 명문대 대학원생 커닝에 충격

입력 | 2004-10-27 18:22:00


회사 영어회화반에서 공부하면서 알게 된 미국인 친구가 있다. 현재 국내 명문 사립대의 대학원 과정에 다니는 그는 얼마 전 중간고사를 치렀다. 시험을 잘 봤느냐고 물었더니 씁쓸한 표정으로 ‘고민’을 털어놓았다. 많은 한국 학생이 시험시간에 부정행위를 한다는 것이었다. 조교가 시험감독으로 들어왔지만 자리에 앉아 신문만 읽고 있어 학생들은 몰래몰래 책을 펴 보거나 쪽지에 적은 ‘커닝 페이퍼’를 훔쳐보면서 시험을 보더라는 것이다.

한국 대학에서는 다 이렇게 하느냐는 그의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손꼽히는 명문 대학이고, 대학생도 아닌 대학원생들이 그처럼 광범위하게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자기도 더 이상 손해 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무슨 뜻이냐고 했더니 솔직히 하고는 싶지 않지만 다음번 기말고사에서는 자신도 남들처럼 부정행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얘기였다. ‘정직하면 손해 본다’는 말이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문제는 학생들만이 아니라고 한다. 예전 시험문제를 거의 그대로 출제하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시험 결과를 냉정하게 평가하지 않고 선심 쓰듯 A학점을 남발하는 교수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제일 좋은 대학도 세계 100위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이런 잘못된 관행이 누적된 결과가 아니겠는가.

이상현 회사원·인천 남구 학익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