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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SOC 투자]빚 늘려 경기부양 ‘재정악화’ 우려

입력 | 2004-10-27 18:43:00


정부가 연기금 등 민간자본을 유치해 사회간접자본(SOC)이나 공공시설을 짓는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을 적극 추진하면서 민간투자사업의 효율성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 나라살림이 빠듯한 상황에서 민간 돈을 끌어들여 경기부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 현실을 외면하던 정부가 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대책마련에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계획이 얼마나 큰 효과를 낼지 알 수 없는데다가 궁극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민간투자사업이 수익성이 높지 않아 정부가 재정으로 수익을 메워주는 경우가 많아 이번 연기금 유치 방안도 결국에는 국민 부담만 높아지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연기금 등 민자(民資) 유치로 내수 진작-건설경기 부양 ‘일석이조’ 노린다=정부는 현재로서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4% 안팎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 5% 성장률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7조∼8조원의 돈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미 내년에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6조8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키로 한 만큼 더 이상 정부 재정을 투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연기금 등 여유자금이 많은 민간부문에서 돈을 끌어들여 도로 철도 항만 등 SOC와 양로원 도서관 등 공공시설을 짓겠다는 것이다.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어 가는 건설경기를 살리는 동시에 경기부양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정부는 사업 자체가 장기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이 같은 민간부문의 대부분은 연기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합리적인 수익률 보장 우려=정부는 민자 유치를 위해 지금까지의 민자 사업과 마찬가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는 방침이다.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르면 정부는 민자사업에 대해 예상 수입의 최고 90%까지 수익을 보장해주고 있다. 도로나 터널 등을 운영하는 민간사업자의 수입이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나랏돈으로 메워 주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의 경우 실제 교통량이 예상치의 41%에 불과해 작년 한해에만 정부가 1050억원을 보전해줬다.

문제는 민간사업자들이 예상 교통량 등을 부풀리는 경우가 많아 정부가 지원해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올해 1월 현재 추진 중인 142개 민간투자사업의 운용 전반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 서수원∼오산∼평택 고속도로의 경우 민간사업자는 하루 교통량을 4만2348대(2007년 기준)로 전망했지만 감사원은 절반 수준인 2만3346대(2008년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판 뉴딜 정책이 시행될 경우 이 같은 적정 수익률 보장 문제는 더욱 큰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결국 정부 빚 늘려 경기 부양하는 셈=전문가들은 정부가 ‘한국판 뉴딜정책’을 추진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명분 아래 무리하게 사업을 벌일 경우 수익성이 낮은 사업까지 포함돼 재정 부담만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직접 돈을 쓰는 것보다 중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이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경제학부 김준영(金峻永) 교수는 “연기금을 내수 진작 수단으로 쓰는 것은 자칫 비효율적인 투자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정부가 이 돈을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재정적자로 연결돼 국민 부담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 필요하다면 수익률이 높은 ‘투자성 정부지출’에 국한해서 제한적으로 쓰는 게 맞다”며 “이를 위해서는 사업의 타당성과 경제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공종식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