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로 정치화된 노조가 개혁의 걸림돌이다.” “북한의 위협과 한국인들의 반미(反美)감정도 잠재적인 투자 저해 요소다.” “법치주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세계 거물급 최고경영자(CEO)들과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29일 서울시 주최로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2004총회’에서 기조연설 등을 통해 우리에게 던져줄 조언들이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총회 참석자들의 연설문 요지를 소개한다.
▽모리스 그린버그 AIG그룹 회장(연설 주제는 ‘서울의 경쟁력 향상 방안’)=서울은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한 장점이 많다. 지리적으로 고도성장하는 중국과 방대한 에너지 자원을 갖춘 러시아, 경제대국 일본을 포괄하는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다.
우수한 인력도 풍부하고 교통과 통신 등 도시 인프라도 잘 구축돼 있다. 88서울올림픽과 2002한일월드컵 축구대회 개최로 국제적으로도 매력 있는 도시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과 더 나아가 한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 할 일도 많다. 노사관계는 심각한 문제다. 강력한 노조는 고도로 정치화되어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북한의 위협과 한국인들의 반미감정도 잠재적인 투자 저해 요소다. 한국은 건실하고 활력있는 민주주의가 정착돼 있지만 ‘법치주의의 원칙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 줄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풍토가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
바람직스럽지 못한 미국의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임치온 케펠그룹 회장(‘서울의 특화 방안’)=2000년 아시아위크가 아시아 40개 도시의 삶의 질을 조사한 결과 서울은 10위를 차지했다. 상위에 오른 도시(1위 후쿠오카, 2위 도쿄, 3위 싱가포르)들의 공통점은 현대적인 도시기반시설과 전통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이 특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연적인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좁은 면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층빌딩과 지하철, 지하터널, 지하상점 등 지하시설을 대폭 확충했다.
둘째, 도시의 쾌적성을 높이고 도시계획의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건축물의 용도와 밀도를 결정할 때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도시만의 전통이나 유산, 관습의 보전도 매우 중요하다.
▽마이클 헤이에스 영국왕실도시계획연구원 원장(‘차별화된 도시 어떻게 만드나’)=성공한 도시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사람 중심으로 만들어졌고 △기업 발전을 유도하며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접근이 용이하며 △특산품이 있고 △이 모든 것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적인 공간활용 방안 아래 종합적인 계획이 선행돼야 하며 무엇보다도 새로운 도시 패턴을 창조하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