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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타 지진때 매몰 母子 5일만에 극적구조…어머니는 끝내숨져

입력 | 2004-10-27 18:52:00

23일 오후 나가오카시 시나노가와 강변도로에서 산사태를 만나 운명이 갈린 미나가와 다카코(39·가운데) 일가족. 아들 유타(2·오른쪽)는 27일 극적으로 구조돼 생명을 건졌으나 어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고 딸 마유(3·왼쪽)는 아직 실종 상태다.나가오카=교도 연합


“아들은 살았다. 하지만….”

일본 니가타(新潟)현 주에쓰(中越) 지진으로 승용차에 탄 채 매몰됐던 두 살배기 아기가 5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지진으로 망연자실했던 일본열도는 한때 희망을 보았다. 그러나 두 시간 뒤 구조된 어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곧 숨을 거뒀다. 마치 아들의 구출을 기다리며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던 생명줄을 놓아버린 것처럼….

미나가와 유타(皆川優太·2)는 누나 마유(眞優·3)와 함께 23일 오후 6시경 어머니 미나가와 다카코(皆川貴子·39)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니가타 시내에 들렀다 집으로 가던 중 최초 지진 때 생긴 산사태에 휩쓸려 매몰됐다.

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나가오카(長岡)시 시나노가와(信濃川) 도로가 100m가량 붕괴된 현장에서 차체 일부 모습이 구조요원에게 발견된 것은 실종 나흘 만인 26일 오후. 그동안 아버지인 미나가와 마나부(皆川學·37)는 분유와 기저귀, 주먹밥을 가득 넣은 배낭을 메고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피소와 피난 천막, 병원을 정신없이 헤매고 다녔다.

해가 저물어 구조작업을 포기했던 구조대원들은 27일 날이 밝자마자 바위와 흙더미를 제거하며 구출작업에 들어갔고 오후 1시반경 다카코씨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의 생존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2시간 뒤 유타군이 구출됐다. 머리와 얼굴에 상처가 있었으나 구조대원의 팔에 안긴 채 흙탕물로 넘실거리는 강과 구조대원들을 둘러보는 등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병원에 긴급 이송된 유타군은 어머니의 죽음을 모른 채 조그만 입으로 “엄마, 엄마, 물”이라고 말했다.

유타군을 구조했으나 차를 누르고 있던 무거운 바위를 들어낼 수 없었던 구조대원 20여명은 공기압으로 물체를 절단하는 ‘에어 커터’로 차체를 2시간 동안 잘라낸 끝에 다카코씨를 차 안에서 구출해 냈다. 하지만 다카코씨는 심폐기능이 정지한 상태였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망 진단을 받았다.

열적외선 추적장치까지 동원해 이날 밤 늦게 찾아낸 마유양은 바위 밑에 깔려 있어 구조에 성공해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 건너편의 TV카메라를 통해 생중계로 구조 장면을 지켜보던 일본인들은 여진이 계속되자 마음을 졸이다 유타군이 무사히 구출되자 일제히 환성을 질렀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이호갑기자 gdt@donga.com